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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Sep 13. 2020

사랑을 믿습니까?

가볍게 신청한 교양에서 뜻밖의 의문이 생겨버렸다.

온라인 시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학교를 다니는 세상. 벌써 육 개월 째다.

지난 삼월부터 전면 온라인 강의를 듣게 되었다.


이번 학기도 역시나 온라인 강의가 주를 이룬다. 이놈의 코로나. 학교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번 학기는 또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까. 고민 속에서 흔히 '꿀강'이라고 하는 강의를 발견했다. 400명이나 듣는 특강이었다. 시험도 과제도 없고, 그 날 그 날 강연을 듣고 요약지만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전면 온라인으로 시행한다고 쓰여있었고, Pass/Fail 방식이었다.


"아싸!"

하며 신청한 강의다. 매번 다른 강사 분을 초청해서 강연을 듣는 수업이다.

강연 주제도 행복, 남녀관계, 행복한 남녀 관계에 대한 강의였다. 오프라인 수업으로 할 때는 아무래도 남녀에 관한 강연이다 보니, 실제로 수강생이 서로에게 추파를 보낸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런 간질간질한 상황을 직접 목격하지 못한다니, 좀 아쉽다.


"실제로 커플 되기도 한대!"

몇 년 전,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이 강의를 신청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강의에서 끝내 애인을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이 수업을 들을 줄이야. 모르는 이성의 관심 그런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고학년이다 보니 교양은 자꾸 쉬운 강의를 찾게 된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전공들 사이에 쉼도 필요하다.


첫 수업답게 짧은 강의가 올라왔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으려나" 호기심이 생겨서 열심히 들었다.

 처음엔 행복에 관한 말이 주를 이루었다. 뭐.. 현재를 살아야 행복하다는 둥 다 아는 얘기였다. 유익하지만 다 아는 얘기다 보니 요약지에 대충 써 내려갔다.


수업이 짧다 보니 어느새 수업 마무리 단계였다.

"생각과 의견을 나눠봅시다!"

욕망과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어차피 온라인 수업이라 내 의견을 누군가와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며 수업을 끄려고 했다.

이미 요약지는 다 쓴 상태였다. 제출만 하면 되는데....


항목들을 보니, 꽤나 흥미로웠다.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

사랑은 발견일까? 만들어가는 것일까?(첫눈에 반할 수 있을까?)

사랑은 콩깍지인가?(사랑은 한 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편견?)

사랑은 합리적인가?(왜 어떤 사람과는 빠지는데 다른 사람과는 빠지지 않는가?

사랑은 영원할 수 있는가?(사랑은 평생 한 번만 빠지는 것인가?)



사랑은 발견? 만들어가는 것?

여기서 교수님이 말하는 발견이란 '첫눈에 반하는 것'이었다. 만들어가는 것은 '상대방과 노력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어떻게 첫눈에 반할 수 있지?"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알아가고, 대화하면서 그 모습들에 빠져드는 것이지, 첫눈에 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외모나 분위기를 보는 것일까? 그런 경험이 없었어서 아직까지 믿지 못한다.

직접 경험한다면 그때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사랑 자체가 상대방과 노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마음이니까. 노력이란 단어는 사랑 자체가 아닌 연애, 결혼에서 써야 할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미 연인이거나 부부인 두 사람이 관계를 유지하려 할 때, 사랑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쨌든 나는 '사랑' 자체는 상대방과 노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기반으로 한 '관계'가 노력하는 것이고,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참 어렵다. 함부로 정의할 수 없다. 누구의 의견도 틀리지 않기에, 그저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은 콩깍지인가?

콩깍지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뭘 하든 다 좋은 것이 콩깍지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물론 그게 모두 호르몬 때문이라지? 사랑을 하면 뇌과학적으로 호르몬이 정말 분비된다고 하니까, 콩깍지란 호르몬 작용의 다른 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사랑은 콩깍지가 맞다! 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사랑은 한 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편견'이라는 말이 흥미로웠다.

왜 배타적이라고 썼는지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배타적'보다는 '이타적'이 맞지 않을까?


어쨌든, 교수님이 설명하시려는 것은 그 사람이 '너무 멋있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편견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 부분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니, 어떻게 콩깍지를 "편견"이라고 표현했지? 정말 신선했다.


편견

: 편견은 특정 집단에 대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는 태도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정서와 평가를 동반한다.


편견은 보통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교수님이 잘못된 표현을 쓰신 건지, 의도하신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저 글자를 보다 보니까, '아, 사랑은 모두가 별로라 해도 내가 보기엔 최고인 것처럼 보이는 그런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콩깍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콩깍지가 씐 상태면 서로가 서로를 최고라고 여기고, 뭘 하든 좋아 보이니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콩깍지로 인해 본질을 못 보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못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콩깍지 때문이겠지?


사랑은 합리적인가?

사랑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합리성을 따지면 사랑을 순수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서 그 사람을 보는 것. 그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그렇지 않다. 그 시간에 쉬면서 재충전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이롭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시간과 돈, 열정, 감정 모두를 쏟아붓는다. 사랑에 빠지면 비합리적인 것이 당연하게 되고, 그 사람을 위해 손해를 보는 행동을 기꺼이 하게 된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일이다. 물론 종족번식이라는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모두의 사랑의 목표가 종족번식은 아닐 테니, 대체로 비합리적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에 빠지고 다른 사람에게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취향과 선호도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자신의 선호도에 제일 부합하는 사람에게 집중되고, 빠져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합리성을 따지는 것이라면, 잘 모르겠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면에서 말이다.


사랑은 영원할 수 있는가?(사랑은 평생 한 번만 빠지는 것인가?)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을까? 당신은 사랑을 믿는가? 나는 믿지 않는다. 가끔은 사랑이 허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랑은 느낄 수만 있지, 직접 꺼내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영원함을 믿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이 영원한 지에 대해서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부부는 정 때문에 산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또 어떤 노부부는 한평생 서로만 바라보고 산다. 늙어서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노부부도 있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정말 있을까? 나는 대체로 있다고 생각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무래도 서로에게 예전과 같지 않겠지. 사랑의 베이스가 호기심이라고 생각하기에, 사랑이 예전같이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로를 오래 볼 수록 더 찐득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공유하는 기억과 감정, 순간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그 시간부터는 또 새로운 형태의 관계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설레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듯이, 좀 더 성숙하고 한 단계 발전한 사랑과 관계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나는 사랑과 그 영원함을 믿고 싶다.


사랑은 평생 한 번만 빠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은 사랑에 여러 번 빠진다. 다만 그 깊이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평생 한 번만 사랑에 빠진다면 사람들이 연애를 하지 않을 것 같다. 한 번 만난 그 사람이 평생의 동반자가 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사랑은 여러 번 빠진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사랑의 깊이 차이가 아닐까?



나는 사랑의 영원함을 믿지 않는다. 아까 말했듯이 가끔은 사랑이 허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사랑을 믿고 싶다. 사랑의 영원함을 믿고 싶다. 영원한 것은 없어 보이는 이 세상에 순수한 사랑만이라도 영원했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당신은 사랑을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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