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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Sep 13. 2020

강아지와 산다는 것

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건..

2017년 7월, 갑작스럽게 동생이 생겨버렸다.

임시보호 중인 강아지를 데려와 버렸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무 준비도 안됐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갑자기?!"라며 서둘러 데려오려는 언니와 어머니에게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 둘은 뭔가에 홀린 듯 그 새끼 강아지를 데려왔다.


처음 그 아이를 만난 날, 나는 경외감을 느꼈다. 책에서만 보던 생명의 경외감이란 걸 그렇게 느꼈다. 그 아이를 만지는데, 머리뼈가 느껴졌다. 그 조그만 것도 생명이라고 두툼하고 뾰족한 머리뼈를 갖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감을 느꼈다.


데려와서 처음엔 하나부터 열까지 서툴렀다. 나는 강아지는 난생처음 키워보는 것이므로, 관련 서적을 사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정신도 없이 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가끔은 하나씩 쌓아가는 경험으로 육아를 하듯, 우리는 그렇게 그 아이를 키웠다. 산책을 하면 그 아이는 여기저기 우리를 끌고 달렸다. 집에 오면 온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장난감 하나에도 좋다며 펄쩍 뛰어다녔다.


어느새 데려온 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 아이는 몸집도 제법 커졌다.  항상 건강하기만 하던 애가 요새 습진과 귀 염증에 시달린다. 습진은 좀처럼 낫지 않아서 우리는 몇 주, 몇 달간 소독약과 연고를 발라주곤 했다. 발 습진이 다 나아갈 쯤엔 귀에 염증이 생겼다. 부쩍 자주 방문하는 동물병원이다.


몇 주만에 동물병원을 또 들렸다.

"알레르기네. 주사 좀 맞고 가자~"

최근에 새로 먹인  있었던가? 나는  적이 없는데.....아버지가 새로 간식을 사신  같던데, 그건가?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다행히 심하진 않다고 한다. 어찌 됐든 아이에게 미안했다.


주사를 맞히기 위해 그 아이를 잡았다. 얌전히 잘 맞던 아이가 오늘은 "끼잉!" 하며 소리를 냈다. 주사 바늘에 놀랐나 보다. 아팠을까 봐 걱정이 되면서 안타까웠다. 동시에 그래도 잘 참아준 그 아이가 대견하고 기특했다.

의사는 주사를 다 맞히고 가루약을 타 주었다.


나에게 "힘들지?"라며 웃어 보이는 의사에게 나 또한 어색하게 웃었다.


'예. 힘드네요.'라고 말하려던 걸 다시 삼켰다. '다 그렇죠 뭐.'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책임을 수반하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손이 많이 간다. 건강 관리는 물론이고, 산책도 매일 해줘야 한다. 집에서도 항상 놀아줘야 한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대소변을 치워줘야 한다. 털이 자라면 또 미용도 해야 한다. 발 털은 조금만 길어도 아이가 곧장 미끄러진다.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에 매트나 카펫도 깔아줘야 한다. 또, 정기적으로 동물병원에도 데려가 예방접종을 맞혀야 한다.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 수가 없다. 강아지와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손이 많이 간다.


그렇지만 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강아지와 가족이 된다는 것은...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나를 반겨주는 이가 생기는 것이며, 같이 산책하다가 예쁜 풍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잘 때 옆자리의 그 아이와 체온을 나누며 잠드는 것이다. 엉뚱한 짓을 하는 그 아이를 보며 웃음 짓기도 하는 것이다. 가끔은 사랑스럽게 날 핥아주는 그 아이를 보며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 아이가 좋아할까 생각하며 밖에 나가서도 그 아이를 위한 장난감과 간식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조그만 장난감 하나에도 기뻐서 펄쩍 뛰는 그 아이를 보며 같이 기뻐하는 것이다. 잠자는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다. 그리고, 지치고 힘들 때 그 아이가 나를 향해 웃어주면 세상이 다시 환하게 비치는 것이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일이다.


강아지와 산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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