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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Mar 01. 2021

뭔가를 배울 때 중요한 것

이 중요한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뭔가를 배울 때 중요한 것은 배움을 진정으로 즐기는 것이다.

배움이 일로 다가오거나 압박으로 다가오면 즐겁지 않다. 즐겁지 않은 것은 곧 배움을 괴롭게 만든다. 괴로운 것은 지속하기 어렵다.


 이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처음에 포토샵을 배울 때는 이걸 배워 어딘가에 빨리 써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요즘 시대엔 툴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하니까. 포토샵 배워두면 이것저것 할 수 있으니까. 배워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의지와는 달리 막상 시작한 포토샵은 재미없게 느껴졌다. 강사가 하는 그대로 따라 하며 예정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마치 공장에서 작품을 찍어내는 것과 같았다. 지루했다. 결국 얼마 못가 때려치웠다. 그때는 그저 '나와 좀 맞지 않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결론을 내며 마침표를 찍었었다.

 

 몇 달이 지난 후 다시 포토샵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왜 배우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냥' 배우기 시작했다. '그냥'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배워서 쓸모가 있으면 좋고 아님 아닌 거고'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딱히 목적이 있던 건 아니고 그냥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배움의 자세, 목적이 달라지니 배움이 재밌어졌다. 강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진 않았다.

뭘 눌러서 뭘 또 누르라고 하는데 그 중간 과정에서 '이건 뭐지?' 하며 이것저것 다른 걸 눌러봤다. 그러자 캔버스에 펼쳐진 텍스트들이 요란하게 움직였고 나는 그게 재밌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진짜 즐기면서 배우는 거구나. 이걸 왜 잊고 있었지?'

 혼자 이것저것 누르다 보니 오히려 기억에 더 오래 남았다. 강사가 시키는 대로 했던 작품은 다시 혼자 만들 때 기억이 나지 않아 여러 번 강의를 되풀이했지만, 중간에 다른 버튼도 혼자 눌러보며 만들었던 작품들은 '그래 이걸 눌러야 이렇게 변했지'하며 기억이 선명하게 남았다.


 성인이 된 후 뭘 하든 그 쓸모를 찾는 습관 덕에 배움을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취미로 그림 하나를 그려도 '이걸 하면 나한테 뭐가 좋지?'라며 쓸모를 찾았다. 뭘 하든 쓸모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날 옥죄었고 어느새 배움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즐기기 위해서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결과가 어떨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현재의 과정에 집중하는 일. 과정에 달려드는 일.

 그냥 마음이 이끌려서 하는 일이면 뭐 어떤가.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면 뭐 어때. 그리고 그것이 쓸모가 없을지는 나중에 가봐야 안다. 생각해보면 당장은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배움이나 경험도 나중에는 다 나의 자산이 되었다. 세상에 쓸모없는 배움, 지식은 없는 것 같다.

 배움에 있어서 쓸모와 결과를 생각하기보다는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과정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나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라도 이걸 알았으니 망정이지 몰랐으면 평생 배움의 재미를 잃을 뻔했다. 뭘 하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유념하며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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