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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Feb 14. 2021

갬성 카페에 가는 이유

이왕이면 다홍치마

카페를 갈 때 무엇을 보는가?

난 비주얼을 본다. 

사진에 찍힌 음료수의 비주얼, 카페 내부의 모습.

  

맛? 

맛도 물론 중요하다. 

맛이 사실상 1순위이지만 맛이라는 건 직접 겪어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거다.

'맛있다'에 대한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다. 누군가가 맛있다고 유난을 떨어도 내게는 맛없을 수도, 평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 맛에 대한 평가를 딱히 믿진 않는다.


그래도 이왕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난하다', '괜찮다', '맛있다'정도의 평이 나오는 카페를 선택한다. 맛없는 음료를 먹고 싶진 않으니까.

그건 가장 기본적인 거다.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도 크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마시러 가는 거니까. 맛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 맛있는 음식점을 가고 싶은 게 당연하듯이, 음료가 맛있는 카페를 가고 싶은 것 또한 당연하다.


맛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너무도 주관적이라 다른 사람의 후기를 100퍼센트 신뢰할 순 없다. 그래서 맛은 복불복이라고 생각하고 간다. 


그렇기에 맛보다도 더 중요시하는 건 비주얼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 비주얼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맛은 직접 겪기 전까지는 모르지만, 비주얼은 사진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는가. 같은 가격이라면 이왕이면 더 예쁜 곳을 가고 싶다. 인테리어의 깔끔함, 음료수의 예쁜 비주얼, 카페 내의 분위기. 카페는 더 이상 음료'만' 마시러 가는 곳이 아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같이 간 상대와 감정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눈다. 때론 추억도 나누고.


공간이 주는 의미는 크다. 같은 가격 내고 맛도 비슷하다면 당연히 예쁜 곳을 가고 싶다. 예쁜 공간과 예쁜 음료가 주는 시각적 자극은 내 기분과 연결되기도 한다. 카페의 분위기가 어떻냐에 따라 내 기분도 달라지고, 그 공간에 머무는 나의 태도도 달라진다. 차분한 분위기의 카페에 가면 나 또한 차분해지며, 밝은 분위기의 카페에 가면 나도 같이 발랄해진다. 공간에 머물다 보면 그 공간에 자연히 스며든다. 


정말 예민한 사람은, 아마 카페가 어떻냐에 따라 그 날의 기분이 좌우될 수도 있다. 나도 예민한 사람 축에 속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카페의 사소한 디테일에 기분이 좋아질 때도, 사소한 위생에 기분이 안 좋아질 때도 있었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정말 예민한 사람은 그 날의 기분을 선택할 수 있다. 어떤 공간에 머무느냐를 선택함에 따라서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비주얼과 분위기의 카페를 선택한다면 그 공간에서 좋은 기분과 기억을 가져갈 수 있다.


이게 바로 내가 흔히 갬성 카페라고 불리는 감성 카페에 가는 이유다. 이왕이면 예쁜 곳에서 예쁜 것들로 인해 좋은 기분을 가져가고 싶으니까. 맛은 선택할 수 없지만 공간과 기분은 선택할 수 있으니까 감성 카페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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