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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희 Sep 30. 2016

아일랜드 고향집

이니시모어 B&B

한 달간 지냈던 홈스테이 하우스를 떠날 때가 되었다.

처음에는 꼬마들과도 한마디도 안 통했는데, 친해질 만하니 겪는 첫 번째 이별.

내 도구들을 너무 탐내길래 같이 쓰면서 그림그리고 놀았다
 첫째 에반이 그린 그림. 너무 감각적이라 어디 책 표지로 쓰고 싶을 정도!


막내 오나, 둘째  케이라, 첫째 에반. 아일랜드 사람들은 대부분 자녀계획이 세명인듯, 삼남매를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떠나는 날 선물로 준 그림. 집 거실에 걸어놓았다고 다른 학생에서 전해들었다.
인증샷! 에반은 좋아하고 나머지 둘은 관심이 별로 없었다는 함정.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집,

여기에는 B&B라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bed and breakfast라는 뜻으로 많은 집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서 방 몇 개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형식이다. 그래서 아일랜드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여행 다닐 때 종종 이용했다.


이니시모어 B&B

하지만 이런 곳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우리 같은 장기 투숙자들은 몇 명이서 집을 빌려 월세를 나누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파티에서 만난 집주인 마리가 우리가 일 년을 지낸다는 이유로 특별한 곳을 제공했다.

바로 여기! 주인집 뒷마당에 있는 '샬레이'. 이래뵈도 독채이다.
심지어 화장실과 주방까지 갖춘!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공동 주방과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처음에야 어디에든 묶을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국적 사람들과 사적인 공간을 나누어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는 걸 알고는 이 집을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게다가 월세 60만원에 추가 비용은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마리가 그때 파티에서 기분이 좋았던 건지...  운이 좋았다. 우리도 여러 곳을 알아봤었기 때문에 이런 파격적인 조건은 만나기 어렵다는 걸 알았기에 바로 계약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좋았던 건 집주인 마리와 남편 피터이다.

뒷마당을 함께 쓰기 때문에 파티가 열리면(여기는 종종 파티가 열리는 게 특징) 우리를 초대하거나 음식을 대접해줬고  언제나 친절한 그들 덕에 아일랜드의 이미지가 좋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맥주를 가져다줬다.
패키지에도 느낌적인 느낌이!
주인집에 놀러온 손님들(모두 학생이라는)
그림을 그리니 자기도 그리고 싶다길래  서로 그려주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줄리엣.
유럽 소녀들이 그려준 남편과 나,  그리고 한글에 엄청 관심을 가지면서 갑자기 연습을 했다.

바로 이런 재미가 있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유럽 소녀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림도 그리고 서로의 문자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가끔 우리도 뒷마당에서 파티를 열었다.

그 후로 우리 집에 방문하는 친구들은 모두 이 집을 탐을 냈다는...

우리는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이곳에서 10개월을 지냈고, 여기에 짐을 둔 채로 중간중간에 다른 나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렇게  체력적으로 충전도 되니 훨씬 알차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내 집이다 하고 쉴 수 있었던 곳,

그렇게 이 곳은 우리의 고향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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