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시모어 B&B
한 달간 지냈던 홈스테이 하우스를 떠날 때가 되었다.
처음에는 꼬마들과도 한마디도 안 통했는데, 친해질 만하니 겪는 첫 번째 이별.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집,
여기에는 B&B라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bed and breakfast라는 뜻으로 많은 집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서 방 몇 개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형식이다. 그래서 아일랜드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여행 다닐 때 종종 이용했다.
하지만 이런 곳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우리 같은 장기 투숙자들은 몇 명이서 집을 빌려 월세를 나누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파티에서 만난 집주인 마리가 우리가 일 년을 지낸다는 이유로 특별한 곳을 제공했다.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공동 주방과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처음에야 어디에든 묶을 수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국적 사람들과 사적인 공간을 나누어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는 걸 알고는 이 집을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게다가 월세 60만원에 추가 비용은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마리가 그때 파티에서 기분이 좋았던 건지... 운이 좋았다. 우리도 여러 곳을 알아봤었기 때문에 이런 파격적인 조건은 만나기 어렵다는 걸 알았기에 바로 계약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좋았던 건 집주인 마리와 남편 피터이다.
뒷마당을 함께 쓰기 때문에 파티가 열리면(여기는 종종 파티가 열리는 게 특징) 우리를 초대하거나 음식을 대접해줬고 언제나 친절한 그들 덕에 아일랜드의 이미지가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이런 재미가 있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유럽 소녀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림도 그리고 서로의 문자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 후로 우리 집에 방문하는 친구들은 모두 이 집을 탐을 냈다는...
우리는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이곳에서 10개월을 지냈고, 여기에 짐을 둔 채로 중간중간에 다른 나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렇게 체력적으로 충전도 되니 훨씬 알차게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내 집이다 하고 쉴 수 있었던 곳,
그렇게 이 곳은 우리의 고향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