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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희 Oct 04. 2016

버스킹말고 드로잉 #3

세 번째 거리 드로잉

확실히 오가는 사람도 줄고, 날이 쌀쌀해졌다.

평일이어서 인지 관광객보다는 아이리쉬가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손님도 적었다.


처음 거리 드로잉 때 봤던 커플. 엄청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지만 잘 어울려서 기억에 남았는데,

그들이 다시 찾아왔다. 거리 드로잉을 하면서 느낀 건데, 이곳에서는 국경과 나이 상관없이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패션 센스가 돋보이는 존과 머리를 아주 짧게 깎은 그녀는 폴란드에서 온 엘라.

존이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뉴욕에서 일하던 시절에 한국 식당에서 비빔밥, 부침개, 김치를 먹은 얘기를 해주었다. 발음을 정확히 하며!

그래서 이곳에서도 부침개를 만들어먹을 수 있다고 얘기해주니 엄청 기뻐했다.

그림 그리면서 때아닌 한국 아줌마의 부침개 레시피를 여자 친구 엘라에게 설명해주고, 이 근처에 있는 아시안 마켓에서 부침가루를 판매한다고 알려줬다. 그렇게 한국 음식 이름까지 다 기억하는 외국인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림을 그려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부디 꼭 해 먹었기를!



다음은 한국인 친구 성범이가 데려온 프랑스인 귀욤. 성범이와 어학원 같은 클래스인데, 이 전에 성범이를 그린 것을 보고 그리고 싶어 하길래 데려왔다고 한다. 이렇게 친구도 소개하여주는 역시 한국 사람.



다음은 우리가 그림 그릴 때 맞은편에서 버스킹하던 어린 소년, 13살 데이빗.

버스킹하는 사람들 중에 최연소인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데, 자기 공연이 끝나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누나와 함께 그림을 그리러 왔다.

이 가족들은 가족 모두가 함께 와서 누나, 동생들이 번갈아가며 노래를 하고 엄마 아빠는 뒤에 앉아서 기다리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데이빗은 그림을 보더니 콧대를 더 높게 표현해달라고 했다.


누나 캐틀린은 머리카락을 검게 염색하고 눈썹과 속눈썹도 짙은 검은색으로 메이크업한 게 눈에 띄었다.

아이리쉬는 밝고 투명한 눈과 밝은 갈색머리가 특징으로 그게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리쉬 본인들은 생기 없어 보인다고 오히려 검은색으로 염색한다더니 그 말이 맞았다. 

원래 검은 머리인 나는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상태인데 이 둘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게 재미있었다.



그다음 손님은 에이미, 아이리쉬. 얼마냐고 물어봐서 원하는 만큼이라고 하니 진짜냐면서 못 미더워하는 듯했다. 사진을 찍자고 하니 어디에 쓰는지 궁금해했지만 잘 못 알아듣겠어서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가끔 억양이 세서 말을 알아듣기 힘든 아이리쉬들도 만난다.



다음도 아이리쉬 조세핀 할머니, 이 분의 억양과 발음도 잘 알아듣기 어려웠다.

우리가 만났던 다른 아이리쉬들이 모두 배려있는 사람들이었구나 싶었다. 그들이 우리를 배려해 엄청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주는 것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그릴 때에는 주름살을 얼마만큼 표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많이 그리면 모델이 싫어할 듯한데 상처주기는 싫지만 적게 그리면 그 사람처럼 안보인다는 것.



오늘은 총 9명, 17유로.

금액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적어놓고도 첫날과 비교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골웨이의 랜드마크.


 햇빛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 더 추워지기 자주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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