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드로잉
아일랜드로 온 목표 중 하나인 유럽 여행하기.
골웨이는 유럽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편리한 곳이다.
파리까지 5만원에 두 시간이면 도착하고, 런던은 3만원에 한 시간이면 도착한다.
이 시간과 이 금액에 무려 유럽을 여행할 수 있다니!
저가 항공의 특성인 비행 지연이나 칼 같은 가방 무게 제한 정도야 충분히 감수하고,
그 덕에 공항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도 늘고 두 손도 가볍게 다닐 수 있다.
첫 여행지는 이탈리아.
그중 남편이 꼭 가고 싶어 하던 베니스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베니스로 출발.
바다 위에 도시가 있다니! 그것도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럽게.
그 위에 알록달록한 집을 짓고 바포 레또를 지하철처럼 타고 다니는 사람들.
특히 부라노 섬에서는 어떤 풍경을 그려도 말 그대로 그림이 될 법한 비현실적인 곳이다.
여기 집 하나하나의 벽면과 문과 창틀, 문 앞에 놓인 작은 의자, 창가의 화분들,
널어놓은 빨래까지 모두 다 스케치북에 담고 싶었던 곳.
베니스 비엔날레는 상상과 기대보다 더 크고 거대하며 놀라웠다.
무엇보다 작업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밀도가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는 것 다시 한번 느낀다.
작품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성에 차지 않는 걸 알기로 그냥 하나씩 꼼꼼히 감탄하며 보는 수밖에 없다.
정말 개미같이 작업해야 되는구나.
그중 인상 깊게 본 작품들.
베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온 피렌체는 남편에게 제일 보여주고 싶었던 유럽 도시였다.
조각가라면 당연히 피렌체를 가봐야지! 해놓고는 사실 내가 가장 다시 오고 싶었던 곳.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내가 7년이 지나 남편과 찾게 될 줄이야.
미술관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는 곳이 많아 작품을 그려봤는데 그제야 내가 제대로 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후로는 미술관에서 더 적극적으로 그렸다.
그리고 유독 인상 깊었던 멋쟁이 노부부들.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서 찍어놨는데 못 그렸네.
골웨이도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베니스로 돌아왔지만,
감기 걸린 몸이 되어 카페에 앉아 사람 구경하고 끄적이고 있으니 이대로도 뭐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사실 돈을 아끼기 위해 비행기도 3개월 전에 예약하고,
숙소는 호스텔 중 3인실이나 6인실을 이용했다.
아침 겸 점심은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싸와서 해결하고, 저녁 식사도 자릿세가 없는 캐주얼 바로 다녔지만 이탈리아에서 전시를 보러 다닐 수 있기에 어떤 식사든 만족스러웠다.
혼자라면 서럽고 두려웠을 일들이 둘이 되니 용기가 되고 서로 보고 얘기하고 다짐할 것들이 널려있었다.
다음에는 작품을 가지고 다시 올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