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의 경계에서.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들, 모아보니 이 시기에 풍경 드로잉을 정말 많이 그렸다.
한국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이 계절 엄청 짧게 느끼고 지나갔었는데,
아일랜드가 그런 건지 내 기분이 그런 건지 이 좋은 계절을 충분히 느낄 만큼 길었다.
(하지만 그다음 추운 겨울은 더더 길었지만..)
그래서 시간만 되면 되도록 밖으로 나가고, 걷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친구네 집 가는 길의 초록문, 지나갈 때마다 꼭 한번 그리고 싶었던 곳.
사람이 지나다니는 문은 아닌데 저 담쟁이와 짙은 초록색 페인트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번 명함 만들 때 이 그림을 사용했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이 있길래 그리고 보여줬더니 너무 좋아해서 선물로 줬다.
그랬더니 가방에서 이 사과를 꺼내어 주었다. 그림을 들고 가면서 자꾸 쳐다보는 뒷모습이 귀여웠다.
놀이터에 가면 좋은 모델을 많이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그려도 되나 아이 엄마에게 물어보던가 몰래 그리는데,
물어보면 대부분 괜찮다고 해서 그린 후 보여주는데 주로 아이들은 노느라 관심이 없고 엄마들만 좋아한다.
이 날 그리길 잘했지, 며칠 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이스크림가게.
처음 가본 골웨이의 대학교. NUI
집주인 피터가 준 맛있는 요리들! 이날은 한국의 명절인 추석이라 무언가 헛헛했던 마음이 덕분에 채워졌다.
골웨이에는 페스티벌이 자주 열린다.
누군가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페스티벌을 계속 만드는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무엇을 한다고 하면 거의 다 참여해보면 좋은 거지! 생각했다.
이 가을에 열린 <culture festival>로 이것저것 공연을 보러 다녔다.
이 기타리스트가 너무! 멋있어서 그리고 연주 잘 들었다고 얘기했는데,
알고 보니 공연에 와있던 그의 가족들도 엄청 같이 좋아해서 선물해줬다.
알고 보니 우리 옆집 밴드 중 한 명의 남자 친구! 골웨이는 건너 건너서 아는 경우가 참 많은 작은 동네이다.
따뜻한 바닷가도 놓치면 안 되니 바다에도 자주 나오는데,
사람들도 아직 수영도 많이 하고 모래 놀이하는 아가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들.
지나고 보니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엄청 긴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