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키우기 프로젝트

1.쉰 앞에서 다시 1학년

by 김선희


거실에서 시작된 특별한 입시 상담

"엄마, 나 학교 여기 어때? 이 전공은 어떨까?"

"딸아, 엄마도 고민 중인데, 여긴 어떤 것 같아?"

2024년 가을, 우리 집 거실 테이블 위에는 평범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대학 입학 안내서와 대학원 모집 요강이 나란히 놓여 있었거든요. 둘째는 대학 진학을, 저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각자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날 밤, 우리는 서로의 진로 상담사가 되어주었습니다. 딸은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는 이미 많은 경험이 있으니까 더 구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겠다."

저는 이렇게 답했죠.

"너는 가능성이 무한하니까 더 자유롭게 꿈꿀 수 있겠다."

며칠 후, 둘째도 저도 학교 지원서를 적고 있었어요. 아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습니다.

"엄마, 진짜 학생 될 거야?"

저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응, 결심했어. 너는 대학, 엄마는 대학원! 내년엔 우리 둘 다 1학년이네."

딸아이와 새로운 시작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나란히 신입생이 된, 엄마와 딸

2025년, 신기하게도 딸과 저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같은 날이었어요. 딸은 캠퍼스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저는 학식 자랑을 했죠.

집으로 오는 길에 딸을 픽업해 돌아오며, 서로 학교 자랑하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 학교 앞 맛집 정보 공유하고, 학생 입장에서 꿀정보들, 예를 들면 과제할 때 편리한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공유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내 주변에서 엄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본 적 없어.”라는 딸의 말에 어깨가 으쓱해 졌습니다.


쉰 앞에서 던진 질문들

솔직히 말해보겠습니다. 내일 모레 쉰인데... 지금껏 잘 살아왔는데, 이 나이에 굳이? 뭐 하러 고생을 사서 해? 돈도 많이 들고... 새로운 선택 앞에서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하지만 다년간 교육 회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학습자를 만나면서 얻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내가 더 성장해야 그들을 더 품을 수 있겠다"는 것이었어요.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AI가 모든 걸 해주는 세상일수록 오히려 더 큰 부족함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늦은 시작이 아니라, 더 깊이 있는 시작이라고. 이제 더 이상 키는 못 크지만, 마음과 생각만큼은 계속 키워야겠다고 말이에요.


바로 이거다! 평생교육·HRD

대학원 진학은 사실 오래전부터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늘 발목을 잡았어요. 그러다 드디어 제 마음에 쏙 드는 전공을 찾았습니다. ai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듯한 전공명.

평생교육·HRD(인적자원개발).

"이거다!"

트렌드와 실무가 바로 만나는 전공, 평생교육시대에 맞는 인적자원 개발 전공이라니! 현장 전문가 동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그간 쌓아온 교육 현장 경험의 마지막 퍼즐을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늦깍이 대학원생의 좌충우돌 학습기

나이들어 대학원생이 되니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어요.

장점은 경험 덕분에 이해가 쏙쏙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수업 시간마다 도파민이 팡팡 터졌어요.

특히 '현대사회와 교육문제' 시간이 그랬습니다. 스무 살 때 사회학을 전공했던 제게는 익숙한 용어들이 하나둘 등장했거든요. '사회화', '교육 불평등', '문화자본'... 약 30년 전 그 캠퍼스, 그 강의실이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어? 이거 예전에 배웠던건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시험을 위해 외웠던 개념들이, 이제는 제가 교육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과 연결되는 순간이었거든요.

그때 깨달았어요. 모든 배움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스무 살의 사회학, 그 후 심리학과 영문학 공부, 그리고 십수 년의 교육 현장 경험까지... 일상의 모든 경험이 학습이고 배움이었구나 싶었어요.

단점은... 돌아서면 잊는다는 것이었어요. 어느 날, 나이 비슷한 동기님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죠. 그때 교수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지요.

"그럼, 돌아서질 마세요~"

순간 강의실이 웃음바다가 됐어요. 물론 정말 돌아서지 않을 방법은 없으니, 수업 후 열심히 복습하는 걸로 나름의 해결책을 마련했습니다.


전 과목 A+의 기쁨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결과는? 전 과목 A+! 심지어 어느 과목은 100점을 받아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특히 그 교수님이 평소 깐깐하기로 유명한 분이라 더욱 보람 있었죠.

너무 기뻐서 군대 간 첫째에게 카톡으로 성적표 사진을 보냈어요.

"아들, 엄마 100점 받았다!"

그랬더니 폭죽 이모티콘과 함께 답장이 왔습니다.

"허얼~ 축하해요. 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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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때 어깨가 얼마나 으쓱했는지... 마치 초등학생이 시험지 들고 달려가서 엄마한테 자랑하는 그 기분이었어요. 나이 들어도 자식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똑같더라고요.

하지만 새로운 개념이 제 일과 연결되는 순간의 그 기쁨은 점수보다 훨씬 컸습니다. 진정한 학습은 이론과 실무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어난다는 걸 깨달았어요.


학습 공동체에서 만난 사람들

저는 이 길을 제가 원해서 왔기에 결석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다들 스스로 선택해 온 열정의 사람들인지라,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듬뿍 받았어요.

대기업에서 HRD를 담당했던 분, 평생교육원 담당 공무원, 20년간 기업교육을 담당하시는 분, 목사님, 유치원 선생님 등... 각자의 경험담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교육학 사례집이었습니다.

조별 과제를 하며 깨달았어요. 진정한 학습 공동체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걸 말이에요.

*관련된 생각을 정리해 발행한 칼럼 링크 https://www.lecturer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80240


예상치 못한 기회와 연결의 문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평소 제 활동을 SNS에서 지켜보던 분으로부터 석사과정을 마치면 특임교수로 초빙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와...생각지도 못한 연결이자, 확장이었습니다.

이때 깨달았어요. 진정성 있게 성장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반드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또 한번은 출강지에서 주차장으로 어느 분이 따라오셨어요.

"강사님 저도 같은학교 같은 전공이었어요. 교수님 잘 계시지요? 아까 소개 들으며, 너무 반가웠답니다."

저도 너무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난생 처음 보는 분과 한참을 이야기 나누었어요. 졸업생 선배의 소식을 전해드리니 교수님이 얼마나 반가워 하시던지, 괜히 제가 다 뿌듯했어요.


나 잘 키우기, 평생 프로젝트

2025년 제 목표는 단순합니다. "나 잘 키우기"

대학원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가끔 거울을 보는 듯해요. "이 나이에도 나는 여전히 배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라니 정말 멋진 일이야!."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라 엄청난 자산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어요. 내가 자라야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고, 더 넓게 협업할 수 있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도 "나이 들어서 무슨 공부야?"라며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감히 말씀드려요. 늦은 배움이란 없습니다. 있다면 늦은 후회뿐이에요.

각각의 나이에는 그 나이만이 가진 배움의 깊이가 있어요. 젊었을 때는 점수를 위해 공부했다면, 이제는 진정한 성장을 위해 공부합니다.

"나는 아직도 성장할 수 있는 사람"

이것이야말로 나이 든 학습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모습을 보고 우리 자녀들도 배워요.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평생학습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지금도 "나 잘 키우기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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