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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 속 연꽃

*아쉬운 그대 모습 내 마음에 머물러라.

by 이선하

구슬처럼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크고 파릇한 연잎 무리가 가득한 못에 듬성듬성, 백색과 분홍의 꽃봉오리가 소담한 잎을 펼쳤다. 연(蓮)은 하나의 연대에서 단 한 송이만 맺히는 홀로 피는 꽃이다. 처연하면서 또한 초연하여 모든 시름을 잊은 듯한 기품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러나 뿌리가 없어 마냥 한 곳에만 머무를 수 없는 나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겼다. 다만 심상 속에 한 송이 연꽃만은 가득 담았다.


걸음마다 바람결에 연연히 스미는 연향에 취한다. 청아하게 피어난 연꽃은 언젠간 시들고, 또한 피어날 것이다. 오탁 속에서 피어난 당당한 위풍과 아련한 향을 널리 자랑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다시 그 아름다움을 보고 맡고자 더위를 무릅쓰고 기꺼이 걸음할 것이다.


그날까지, 고독하고 너절한 이 마음에 오래도록 시들지 않고 길이길이 머물러 주기를. 아득하게나마 깊은 향으로 남아주기를.



* 김무한 / <홀로 피는 연꽃>

촬영 장소 - 세미원 (경기도 양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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