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하 Aug 12. 2021

오탁 속 연꽃

* 아쉬운 그대 모습 내 마음에 머물러라.

    구슬처럼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크고 파릇한 연잎 무리가 가득한 못에 듬성듬성, 백색과 분홍의 꽃봉오리가 소담한 잎을 펼쳤다. 연(蓮)은 하나의 연대에서 단 한 송이만 맺히는 홀로 피는 꽃이다. 처연하면서 또한 초연하여 모든 시름을 잊은 듯한 기품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러나 뿌리가 없어 마냥 한 곳에만 머무를 수 없는 나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겼다. 다만 심상 속에 한 송이 연꽃만은 가득 담았다.


    걸음마다 바람결에 연연히 스미는 연향에 취한다. 청아하게 피어난 연꽃은 언젠간 시들고, 또한 피어날 것이다. 오탁 속에서 피어난 당당한 위풍과 아련한 향을 널리 자랑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다시  아름다움을 보고 맡고자 더위를 무릅쓰고 기꺼이 걸음 것이다.


    그날까지, 고독하고 너절한 이 마음에 오래도록 시들지 않고 길이길이 머물러 주기를. 아득하게나마 깊은 향으로 남아주기를.



* 김무한 / <홀로 피는 연꽃>

촬영 장소 - 세미원 (경기도 양평)

매거진의 이전글 기한이 만료되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