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미추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밤과 달과 별과 노래와 글쓰기와 무대를 사랑한다. 술은 좋아하는 사람과의 기분 좋은 자리에서 몇 잔 곁들이는 정도가 딱 좋다. 식견은 짧지만 글에도 취향이 자리 잡아가는 중으로 이미 누군가의 열정 독자다.
유창함보단 담백함이, 화려함보단 정갈함이, 유치한 건 질색이지만 가끔씩 가슴이 시리도록 애절한 로맨스가 좋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취향이 보다 확고해진달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전후로 그 차이가 확연하다(연애 감정도 자각의 전후가 다르듯이). 삶의 밀도는 미세한 변화에도 굴곡이 요동치곤 하니까.
물론 취향이란 언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테니 약간은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둔다. 마냥 단조로운 외골수로 살기엔 인생은 짧다.
글이란 무형의 언어를 활자라는 형태로 변환하여 보다 견고하고 풍성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의미란 결국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자신 나름의 몸부림이다.
나에겐 중요한 일이 누군가에겐 무가치할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하찮고 귀중하다. 추하고 아름답다. 증오이자 사랑이다.
이토록 삶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고 모순적인데 또한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