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낼 것이다, 나 스스로.
내가 상처를 준 사실엔 경각심을 갖되 상처를 받은 사실엔 딱히 의식하기보다는, 다소 아프지만 중요한 배움 내지는 경험으로 여기기로 했다.
그러니 잊을 수도, 지울 수도, 털어낼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잔흔과 고통을 피하지 않고 오롯이 내 두 팔과 다리, 두 발로 감수할 것이다. 온전히 자립할 것이다. 바른 자세로 서서 직시할 것이다. 평생을 갈망하던 안정을 스스로 이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기어이.
도의적 윤리적 제도적 허용범위 내에서 맘껏 욕망하고, 절망하고 또 희망하면서 진실과 성실을 추구하는 내 본연 그대로 나답게 흐르고 또 빛날 것이다, 이다음으로. 아무 미련 없이.
나를 좌절시키고 좌지우지하는 건 결국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다. 내 잠재의식은 주어진 문제가 야기한 분란을 잠재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아니, 찾을 수 있다는 게 좀 더 근접한 표현이겠다.
나는 자격지심을 극복하고 자신을 혐오하는 스스로와 화해할 것이다. 공허와 혼란을 불식시키고 종결낼 것이다.
서로가 오로지 서로일 수밖에 없는 반려를 만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만나든 아니든 상관없이 홀로 우뚝 설 것이다.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기필코 해낼 것이다. 비로소 해내고야 말 것이다. 아니,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내가 무너지다가도 희망을 품고, 또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반복된 과정으로 나름 안정화되어 가는 이런 나의 아등바등 몸부림이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