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삶이니까.
의사소통에서 자기 자신의 감정이나 심정을 밝힐 때, -인 것 같다는 모호한 표현은 삼가라고들 하는데 나는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애당초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관념을 두고서 모호하게 표현하지 말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모호함 속에서 인식하려는 시도 자체로 독려해야 한다. 직면이란 경우에 따라서 기존의 관점을 탈피해야 하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정관념은 누적되므로 탈관점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니까.
그러니, -인 것 같다에서부터 시작하자. 솔직해지자. 내가 무엇을 왜 신경 쓰고 마음에 두는지.
그리고 그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현상 그대로 인정하되, 상념에게 자신을 내어주지 말고 최대한 분리시키자. 나를, 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데다 몰두하기에도 짧은 삶이니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들 하는데 안 피하면 죽을 수도 있다. 고통은 생존을 위한 위험신호로 때로는 도망이 상책일 수 있다. 온정신으로 행복만 하기에도 짧은 삶이니까.
하지만 관계적으로는 상대가 떠난 자리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면 상심하기 십상이다. 그때는 서툴게나마 직면하자. 흐릿한 시야에서 불빛을 찾듯이 모호함 속에서 사리를 분별하려면, 소기 목적의 십중일이라도 달성하려면 타협하자, 자기 자신과.
간과하지 말자. 엉킨 실타래를 과감하게 끊어낼 것인지 아니면 곧게 펼칠 것인지, 검자루를 쥔 손은 내게 달렸다.
달성하지 못했다고
죄책감의 굴레를 자신 또는 타인에게 씌우지 말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설령 이유를 당장은 모르더라도
조급해하지 말자.
저절로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끝내 알지 못하게 되더라도
낙심하지 말자.
어떤 일은 미결로서 완성될 것이다.
요동치면 치는 대로
흐르면 흐르는 대로
멈추면 멈추는 대로
내버려두자,
나답게 추구하기에도 짧은 삶이니까.
휩쓸리지 말자.
휩쓸리더라도
균형을 잡자.
균형을 잃더라도
자신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