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03일 (일)
11월 초여서 그런지 일요일의 자유수영은 생각보다 한갓졌다. 덕분에 내 속도와 몸의 감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지만, 역시 혼자서만 하다 보니 텐션은 다소 쳐졌다.
배영은 어쩌면 자유형과 접영에서 소모되는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고안한 영법이 아닐까 싶다. 자유형은 팔의 회전 반동에 따라 가속이 붙으면서 호흡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체력이 달린다. 반면 배영은 (아직 팔 돌리기 전이라 그런지 몰라도) 수면 위에서 호흡하니 상대적으로 체력이 덜 소모되는 듯하다.
첫 타임 이후 두 번째 타임부터 슬금슬금 인원이 늘어나기도 했고, 자유형과 배영 발차기로 번갈아 하니 순환이 보다 빨라졌다.
혼자서 오래 연습하다 보면 면밀한 피드백이 부족해 아쉽다. 아무리 기본기 위주로 집중해도 내 자세가 어떤지, 어떤 나쁜 습관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백조가 물갈퀴짓하듯 발등으로 물살을 밀어내는 이미지를 연상하는데, 이 원리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발등은 확실히 펴는 게 맞다. 하지만 누구는 무릎도 펴라 하고, 강사는 아니라고 하고, 또 누구는 허벅지 근육을 활용하라고 하니 아리송하다. 도중에 종아리에 번갈아 쥐가 쥐가 나더니 퇴수 후에는 요통까지 도졌다.
자유형을 하다 보면 팔로 노 젓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나는 한 척의 배가 되어, 가르는 물살에 실패한 기억들을 흘려보낸다. 진학의 실패, 진로의 실패.
배영으로 전환하면 백조처럼, 고고하게 수면 위를 흐르는 여유로운 상체에 반해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는 부단히 놀리는 발차기로 흐르는 물살에 실패한 기억들을 밀어 보낸다. 우정의 실패, 사랑의 실패.
실패, 실패, 실패. 나를 무시하고 상처 주는 모든 실패로부터 헤엄치듯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차가운 물결이 온몸을 감싸주니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