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방법은 있다

2024년 11월 17일 (일)

by 이선하

나와 같은 초급반 회원 중, 저번에 수건을 빌렸던 모친뻘 회원 한 명만이 매주 자유수영마다 빠짐없이 출석한다. 그녀도 그렇고 나 스스로에게도 내심, 성실함과 실력은 언제나 비례하지 않음을 느낀다.


내가 아무리 최선발이라도 체력만 무식하게 좋을 뿐 배움도 더디다. 반면, 내 바로 뒤 주자와 다른 여성 회원 둘은 자유수영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습득력이 좋고 속도 또한 민첩했다.


오늘도 내게 자문을 구하는(나도 뭘 알아야 알려주는데 말이다.) 그 모친뻘 회원이 스스로를 "장애물"이라고 자칭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당신 스스로를 그렇게 여기지 않길 바라는 한편, 그러는 나 역시도 향상 없이 부진하기에 눈 밖에 났을까 싶어 의기소침해졌다.


문득 여섯 살 무렵의 기억이 떠올랐다. 외사촌언니와 함께 구민회관에서 발레 강습을 받던 때였다. 발표회를 앞두고 예쁜 발레복에 들떠 있던 내게 강사는 "산만하고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제외했다. 그땐 몰랐지만, 스무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하니 상처였음을 깨달았다.


물론 이제는 다 큰 성인이 된 이상, 특별한 이슈가 아닌 한 강습에서 배제될 일은 없으니까. 수영에 발표회가 열릴 일도 없고.


어차피 누구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으려고 시작한 수영이 아닌 만큼 오늘도 그저 물살라버린다. 한 척의 (고장 난) 배가 되어, 한 마리의 물고기(현실은 물먹는 하마)가 되어, 모든 욕구불만을 물살에 풀어헤치자는 심정으로 열심히 물방개쳤다.


자유수영 역시 항상 같은 시간대에 오는 사람만 오기 마련이라, 그중엔 여러 사람들에게 세부적인 피드백을 전해주는 다부진 체격의 지긋한 중년 남성이 항상 눈에 띈다.


아무래도 재화나 친분도 없이 자문을 구하기는 어려우니배영 발차기는 하도 절박해서 대놓고 자문을 구했지만.) 슬쩍슬쩍 관찰하며 모방한 덕분에, 피드백에 대한 해소 못할 갈구를 조금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다.


그렇다. 어떻게든 방법은 있다. 뜻이 있으면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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