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식되기를

2024년 12월 30일 (월)

by 이선하

담당 강사가 또 바뀌었다. 첫 번째 강사는 비록 약속기한보다 짧았어도 어쨌든 인수인계까지 마치고 물러났지만, 두 번째 강사는 사 예고도, 인수인계도 없이 갑작스레 떠나버렸다.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벌써 두 번째 교체다.


세 번째로 만난 강사는 유한 인상에 뺀질뺀질한 장난기가 다분하면서도(그에게 양손으로 꼬부기 물줄기 쏘는 법을 전수받았다.), 의외로 포스가 있다. 일주일도 안 되어 회원들을 유형별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세밀히 지도하기 시작했다.


섬세했던 첫 강사의 강습도 여전히 회자되지만, 세 번째 강사 역시 괜찮다는 생각은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회원들로부터도 칭찬이 자자했다.


다만 연신 하품하는 모습이 불안하다. 그는 밤새 뭘 하느라 세 시간밖에 못 잤을까. 제발 이번만큼은 내 월반 전까지, 아니 최소 한 달만이라도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강사는 내 발차기가 너무 열정적이라 쫄린다면서(언제는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차라더니.), 힘을 좀 빼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어디에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지금은 어딘가에 무아지경으로 몰두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지경이라는 내밀한 사정을 굳이 밝히고 싶진 않았다.


나는 그저, 물살에 안겨 시끄러운 속을 잠재우고 싶다. 언젠가는 소용돌이치듯 맴도는 이 깊은 한숨도 함께 잠식되기를. 물속에 녹아 흩어지기를.




발차기… 이놈의 발차기… 알다가도 모르겠는 발차기… 자유수영 초반에 무조건 킥보드 잡고 발차기만 하는데도… 스트로크가 들어갔다 하면… 감이 도무지 안 잡힌다.


첫 번째, 두 번째 강사는 다리를 약간 구부리라 했지만, 세 번째 강사는 발레의 포인처럼 발목을 끝까지 뻗으라고 한다. 또 다리에 힘을 풀되 11자로 두지 말고 의식적으로 안짱다리처럼 모으라는데(아마 부력을 높이려는 의도인 듯하다.), 그렇게 하면 고관절은커녕 종아리에 쥐가 나도록 힘이 몰린다. 반대로 고관절을 의식하면 이번에는 진로의 방향성이 흐트러진다.


또 자유형과 달리 배영 스트로크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반대편 팔을 수면 아래로 넣는 교차 때는 비교적 물을 덜 먹는다만, 두 팔을 어떻게 모아야 교차가 가능한지 전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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