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수영

2025년 04월 02일 (수)

by 이선하

아직 수영장 불도 다 안 켜진 첫 입수 후 레인 풀벽에 다다르니, 웬 형체가 엎어진 채로 물에 둥둥 떠 있어 기절할 뻔했다. 알고 보니 다른 반 강사의 전신 수영복이었다. 허수아비야 뭐야. 평상시 워낙 과묵해서 이런 짓궂은 장난을 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에너자이저'에 이어, '불꽃 수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나보다 체력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왜 유독 나에게만 기운 타령일까들.


그나저나 불과 물은 상극이라는데, 물에 잠기면 불꽃은 재가 되어 가라앉지 않을까. 하기야 나를 원 없이 받아주는 물속에 폭 감싸인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나는 한 송이 불꽃으로, 단 한 번이라도 힘껏 타오르고 싶다. 한 줌의 재로 바스러질지언정, 살면서 한 번은 피워내고 싶다, 기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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