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한 대로 흐르게
건설적인 변화를 도모하려 해도, 결국 나는 관성적인 사람이다. 어차피 소외되고 무시당하며 버려지는데, 발전을 추구할 필요가 있을까. 공연한 에너지 소모의 의미를 알지 못하겠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공기만큼이나 무기력하다.
지난하고 구차한 나라도, 나처럼 낮은 곳에서 소외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공명을 전할 수 있을 만큼은 다정하고 싶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권리만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 앞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진로를 찾아 헤매는 와중에 정체성마저 하루에도 몇 번씩 변죽이 들끓는다.
애쓰고 싶지 않다.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변화한다면 모를까, 억지는 부리고 싶지 않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애정과 인정을 더는 갈구하고 싶지 않다. 결핍감과 상반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해답은 지속적인 노력일까. 애정 표현도, 마음을 비우는 일도, 애쓰지 않겠다는 다짐조차도 결국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지만 그나마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유사하게라도 흘러갈 수 있을까.
모쪼록 순리라는 외부의 물살이 내 통제 밖일지라도, 그래, 적어도 내 동선이 흘러가는 방향만큼은 내가 주도하고 싶다. 지속적으로 노력하든, 애쓰지 않든. 내가 향할 흐름은 나만이 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