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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단상

두 번의 신고

인식과 방관 사이

by 이선하

자유수영하러 오가는 길에 무려 두 건의 신고를 했다.

첫 번째는 수영장으로 향하던 전철에서였다. 술에 취한 등산복 차림의 승객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사람들은 반경 밖에서 흘끔거리며 쳐다볼 뿐 누구 하나 깨우려는 시도조차 않았다. 나는 출입문에 적힌 관제센터로 연락했고, 불과 2분 만에 탑승한 역사 직원이 그를 깨워 내보냈다.

두 번째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였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운전 중인 기사 옆에서, 술에 취한 채 강아지를 안은 등산객 부부가 승차 거부를 이유로 기사와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초반에는 다른 승객들과 함께 그만들 하시라며 제지했지만, 험악한 언성이 점점 고조되자 제지하던 이들도 하나 둘 입을 닫은 채 방관했다. 평상시에는 눈에 잘만 띄던 버스 불편 신고 번호도 보이지 않아, 결국 나는 112에 신고하면서 다음 역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괜히 나섰다간 되레 화만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의 만연함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그저 방관하는 풍조가 못내 안타깝고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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