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접영

2025년 09월 03일 (수)

by 이선하

몸살이 나서 접영을 25m씩 끊어가고 싶었다. 그때마다 속으로 빌다시피 되뇌었다. '느려도 되니까 완주만 하자.' 생각해 보니 기실 수영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며, 겨우겨우 50m 완주 루틴을 고정시켰다. 어떻게든 하면 어떻게든 된다.


폼이고 기술이고 다 제쳐두고, 어떻게든 끝까지 해낸 스스로가 대견했다. '유사'와 '근접'이라는 대안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무엇이든 버텨내고 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옆 레인 영자의 손이 하필이면 내 중요 부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적으로 너무 깜짝 놀라 허우적거리며 멈춰 섰다.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매일 수영 5개월 차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소름 끼치는 감각이었다.




운 좋게도 오리 님의 귀한 플랫 접영을 접할 수 있었다.


플랫 리듬만으로도 신기한데, 어쩜 퍼포먼스에서부터 따뜻함이 느껴질까. 그에 반해 오늘 내 접영은 그야말로 살려 접영… 살려 접영…


모쪼록 막상 인사 한 마디조차 나누기도 서먹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먼발치에서나마 응원하고 싶다, 접영만큼 자상하고 순조로운 행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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