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미역줄기 수린이

2025년 09월 09일 (화)

by 이선하

기분 탓일까. 요즘 들어 피드백을 구하거나 수업 전 연습한 드릴이 곧장 강습에 반영된다. 입 못지않게 몸도 방정인가 싶다. 오늘은 풀부이 끼고 풀 연습을 했더니, 역시나 오늘 프로그램에 풀 드릴이 뙇.


단, 풀부이가 아닌 킥보드라는 게 함정….


가뜩이나 킥도 풀도 느려터진 평영으로 앞순번이라 벅차 죽겠는데, 다리 사이에 낀 킥보드가 제멋대로 푸슝~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자유수영 중에 평영 드릴을 연습하는데, 한산한 레인에서 내 느린 속도가 답답했는지 뒷사람이 자유형 대시로 추월하다가 그만 손으로 내 뒤통수를 빡! 아파서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T 마크에 멈춰 서서 머리를 감싸 쥐고 노려보니, 상대는 사과는커녕 되레 뭘 꼬나보냐는 적반하장이 가관이었다. 말 그대로 빡대가리!


…라며 속으로 욱해봤자지. 원체 소심한 데다 나보다 한참 연상인 듯해 아무 말 없이 연습이나 마저 했다. 세상 억울했지만 하필 다른 목격자도 없었을뿐더러 피차 매일 운동하는 공간에서 굳이 크게 일 벌이고 싶지 않아서다.


수영은 기세라는데, 내 기세는 아무래도 미역줄기인가 보다.




나는 키도 평균 이하에, 어깨는 좁고 왜소한 체형에다 손발도 작고, 팔도 짧다. 상체 대비 하체 발달형에 허벅지가 길다 보니, 남들 스트로크 한 번 돌릴 때 나는 두세 번 더 돌려야 한다.


그러니 스트로크보다 감각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발차기는 어쩌면, 다수를 위한 평균적인 방법과는 다른, 그러니까 내 체형에 맞는 나만의 보법이 따로 있지 않을까?


…라며 속으로 의문이 들어봤자지. 이래서 개인 레슨을 받나 보다. 가난뱅이에 기세도 미역줄기인 소심쟁이 수린이는 여러모로 서럽다.

매거진의 이전글"가장 이르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시작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