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태어나, 물속에서 새 삶을 얻는다."

2025년 09월 10일 (수)

by 이선하

오늘도 오리 님의 '온몸으로 물을 품어주는' 접영을 영접하며 가슴이 웅장해졌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접영이 자상할 수 있을까. 수영 실력만큼이나 조악한 내 글재주로는 그 이상 표현할 방법이 없다.


'꺾인 날개로도 날 수 있을까'라는 나의 회의감에 '충분히 날 수 있다'는 위로처럼 와닿는 오리 님의 접영이 좋다.


물론 당사자 앞에선 이런 주접은커녕 말 한마디조차 못 건네는 서먹한 사이라, 또 이렇게 몰래 끄적이고 만다.




퇴사 후 한 달가량 주 4-5일은 두 시간, 2-3일은 세 시간씩 수영을 하는데도 왜 때문에 체력은 점점 저질이다. 인터벌 IM 800m 두 세트를 돌던 막바지 50분은 너무 허기져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운동량과 더불어 식사량도 늘어나니, 다이어트는 개뿔 건강한 돼지로 거듭나는 중이다. 꿀꿀.




일전에 만난 고수의 말마따나, 수영에는 진짜 왕도가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물 먹고 난리였던 원터치 자유형 드릴이 오늘은 술술 잘 된다(직전에 연습한 킥보드 풀 드릴이 코어 집중에 도움이 된 듯하다.).


그러자 이번엔 다시 평영이 고장… 아놔… 발차기 폭이며 상체의 체공 각도가 초기화돼버렸다. 매일 드릴 연습하는데도 왜 때문에…




1년 전 수영을 시작한 전과 후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수영 전엔 무기력으로 마냥 정체 상태였다면, 수영을 시작한 후로는 적어도 물속에서만큼은 내가 살아있음을 감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체력이 받쳐주는 한 내 수영의 흐름은 내가 정할 수 있다는 주도권을 통한 성취감이 있다.


"물속에서 태어나, 물속에서 새 삶을 얻는 그날까지." 센터장이 내건 우리 수영장의 모토가 좋다. 꺾인 날개로 아픔에 얽매이던 과거는 그만 흘려보내고, 자유롭게 날아다닐 내일로 흐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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