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품 속

2025년 09월 17일 (수)

by 이선하

늘 자세 교정이 목적인 드릴이야 느릴 수밖에 없다고 위안 삼으며 초급 레인에서 하고, 실전 영법은 중급에서 돌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영영 늘지 않을 것 같아, 버겁더라도 오늘부터 영법은 상급에서 해버릇해야겠다 심기일전하고 입수했


더니 웬걸. 둘 뿐인 레인에서 몇 번씩 추월하질 않나(이런 사람들은 드릴도 그렇게 빠를까? 그렇다면 부럽…), 강사도 아니면서 옆 레인 회원에게 강연하느라고 풀사이드를 풀(full)로 차지하는 풀(fool) 한 명. 개똥매너 뭔데.


분하지만 추월을 추월로 맞서는 실력도 안 되고, 대왕소심 루저가 부리는 자격지심으로 여겨질까봐 싫은 소리 한마디도 못했다. 자존감은 낮아도 자존심은 지켰다.


그 대신, 남발되는 '꿀팁'들을 묵묵히 주워 들었다. 나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하는 날도 오겠지.




평영을 하다 보면 종종, 물결이 나를 이끄는 듯한 순간이 있다. 애환을 품은 물결이 나를 끌어당긴다. 저항을 타고 흘러가라고,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러면 나는 더욱더 감싸이고 싶어, 서슴없이 서늘한 그 품속을 파고든다.


그렇게 삶 속으로, 어둡고 막막한 고요를 헤치고 나아가려고 수영하는 나를, 물결은 말없이 감싸 안아준다. 언제고 내가 파고들 적마다 항상, 변함없이, 자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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