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3일 (화)
아주 조금은 초연해졌는지, 이전만큼의 실망감은 줄었다. 그러려니, 그러려니. 이게 내 속도라면 그러겠거니. 느리다고, 그래서 배제된다고 한들 수영 그만둘 것도 아니고.
내 수영이 끝 모를 마라톤이라면, 이제 막 상급이 된 나는 고작 출발선에서 한 발짝 내디딘 셈이니까. 지금은 그저, 물결을 타고 흐를 나만의 리듬감을 익히는 데 집중해 보자. 서두르지 말자.
샤워실에서 삼삼오오 얘기 나누는 진풍경을 보면서 어느 모친뻘 회원이 웃으며 말했다.
? | 재밌지 않아요? 집에서 사춘기 애들도 창피하다고 갈아입을 옷가지들 챙겨가지고서 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데, 여기선 다들 아무렇지 않게 맨몸으로 마주하잖아요.
그 말에서 나는 새삼 수영이 좋은 이유를 깨달았다. (물론 기술 향상이나 교정을 위해 보조 도구를 쓰기도 하지만) 결국 수영은 오롯이 맨몸으로 물과 맞닿으며 본질적인 해방감을 거리낌 없이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트한 수영복이 갑갑한 테토녀는 지금 입는 원피스형 미들컷조차 노출이 부담스럽다가도 이따금씩, 하반신만 입어도 되는 남성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