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6일 (금)
오늘 내 수영은 내내 열등감으로 점철된 수(영 쓰)레기였다.
워밍업 배영에서부터 뒷사람 손에 차이고, 심지어 평영풀 접영킥에서도 차였다. 그러니 평영풀 자유형킥은 말해 뭐 하랴. 암만 힘껏 리커버리를 찌르고 발차기를 놀려도, 풀벽에 도착해서 돌아보면 뒷사람들이 진격의 거인 포즈로 지척에서 슬슬 걸어 들어오고 있다. 강습 끝나고 10분간 쿨다운 돌고 있으면 내 옆으로 역방향 추월은 예삿일이라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창피할 뿐.
내 수영은 앞으로도 이렇게 느림보 상태로 정체되고 말까. 설령 내가 어찌어찌 는다고 한들, 다 같이 상향평준화될 테니 결국 제자리 아닐까.
초중급반 시절부터 함께 다닌 한 회원이 데스크에서 개인레슨을 접수하는데 그렇게 부러웠다. 초급반에서 나와 함께 조기 월반을 권유했던 다른 회원은 언젠가부터 개인레슨도 받더니 나보다 훨씬 일찍 연수반으로 월반했다.
결국, 나 혼자 백날천날 연습해 봐야 개인레슨 한 번만 못하겠지. 삐뚤어진 못난 마음은 결국 물사르지 못했다.
강습 후 샤워실에서.
고수 2 | 아무개 님은 폼이 정말 예쁘세요.
고수 1 | 폼만 예쁘면 뭐 해, 속도도 빨라야지.
완전 이하동문. 예쁘게 빠르면 좋겠다. 그전에 나는 일단 폼부터 예뻐지고 싶다.
고수 1 | 선하 씨, 오늘따라 많이 지쳐 보이네?
나 | 상급반 되고 나니 늘 제자리예요.
이렇게 해서 고수들이 전하는, 수태기 극복 노하우: 이건 첫 번째 레슨(a.k.a. 유노윤호).
고수 2 | 새 수영복을 장만해 봐요.
나 | 안 그래도 이번에 질러…ㅆ…
고수 1 | 나도 해봤는데 별 효과 없더라.
내 돈…
이건 두 번째 레슨(a.k.a. 유노윤호).
고수 2 | 대회에 나가보세요. 저는 굉장한 기분전환이 됐어요. 수중에서 내 손발이 내는 물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더라고요.
고수 1 | 진짜, 손에 촵촵 감기는 물감이 최고야.
당신들은 실력자잖아요… 스타트도 서툰 나 같은 수레기가 출전해 봐야 극복은커녕 동네방네 제대로 망신살만 뻗치고 도태되겠지.
그래도 마음만은 스테파니 라이스다, 마음만은. 꾸준히 지향하다 보면 유사근접까진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한 오백 년 뒤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