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진실의 영상
※ 시력저하 경고
한두 달 새 연일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4주에 걸친 본격적인 취업 훈련 교육 수강도 최근에 수료를 마쳤고, 눈앞에 닥친 자격증 준비를 병행하면서도 수영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녔다.
요즘은 공부한답시고 기록을 종종 누락하는데도 수영기록앱에서 상위 1%를 찍었다. 앱 사용자 한정이지만 뿌듯하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실력으로 1%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이제 만 1년 차에 접어든 내 수력 대비 현실은… 하위 1%에 가깝다. 예쁘게 빠르면 좀 좋아.
내 기록을 본 현정이는 장차 선수가 되려는 거냐며 농담처럼 물었다. 서른 중반이 된 지금에야 선수는 언감생심이지만, 실력을 키워 아마추어 경기에 출전할 의향은 있다. 그러나 최근 상급반에 신규 등록한 고등학생 선출을 보니, 역시 폼부터 다르다. ‘살려 접영’이나 하며 버둥대는 내 폼은 그녀의 발끝만치도 따라갈 수 없다.
기어이 개인 레슨까지 시작했는데, 이래도 실력이 그대로면 어쩌나. 배움도 습득도 남들보다 한참 느린 내가 답답해서, 강사가 조용히 나를 포기해 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다.
주 1회 개인 레슨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간다.
점점 아파오는 어깨가 불안했고, 기록 단축 욕심이 가장 컸다. 당장 시합에 나갈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연연하는 이유라면, 새벽마다 워밍업 자유형에서의 발터치가 너무도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 문제가 문제인 줄은 알겠는데,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급한 성질머리는 레슨 신청 대기 일주일 차부터, 우선순위 강사들에게 직접 비는 일정을 물으러 다녔다. 그렇게 최종 선택한 강사는 공정하고 차분한 타입이었다. 도저히 그 나이대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진중했고, 특히 나처럼 기복이 심한 사람에게 필수 덕목인 평정심을 갖춘, 수영뿐만이 아닌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강사다.
개인 레슨을 받는다니까 주변에서는 “잘하는 사람일수록 욕심이 많다”고들 하는데, 글쎄… 매일 느끼지만 나는 수영에 재능이라곤 1도 없는 ‘수영 흙수저’가 분명하다.
제삼자에게 촬영을 부탁하기까지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직접 내 동작을 보니 문제 인지에는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인지와 개선은 완전히 별개지만.
가령, 영법 중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전에 촬영한 영상 속 내 자세를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식이다. 수영에서 상상 훈련은 어느 정도까지는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 체득과는 한계가 있다. 즉각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가시적인 객관성과 접근성이 필요하다. 이른바 ‘진실의 영상’이다.
레슨 3회차 중 첫날만 수면 영상을 촬영했는데, 다음번엔 혼영 또는 영법별로 수중 촬영을 부탁해 볼 생각이다. 역시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다.
회차마다 영상과 함께 꼼꼼히 기록을 남기고 싶었지만, 늦깎이 학생 루틴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하다. 개인 레슨은 단체보다 훨씬 정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대신, 단시간에 쏟아지는 정보량이 (내게는) 너무 많아 되레 놓치는 부분이 많다. 매일 입력 오류로 삐걱대는 나는 이렇듯, 습득마저 느린 사람이다.
그래서 요즘은 짧은 시간을 ‘밀도 있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골몰 중이다. 그렇다고 단기 효율만 좇다 보면 체력 저하 등 어떤 식으로든 탈이 날 테니, 완급 조절 또한 필수다. 수영에서 흐름과 타이밍이 관건이듯이,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게 새벽 수영은 일종의 종교의식이다. 물결의 품 안에서, 몸뿐만이 아닌 마음도 단련하자는 생각으로 입수한다. 수영을 잘하게 되면 언젠가 삶도 더 잘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하지만 절실한 희망을 날마다 품고 또 품는다. 서툰 몸짓이라도 물결이 나를 품어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