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 다시 한 번만 더
워밍업 후 드릴만 두 시간, 그리고 마지막 한 시간엔 페이스를 최대한 조절하며 *베이스 조합 IM 200m 4세트. 시간과 체력이 좀 더 남아돌면 인적 없는 레인에서 접갈(접영 갈기기)과 인터벌 스프린트 25m 4세트 전후까지 하고 쿨다운. 언젠가부터 굳어진 자유수영 루틴이다.
한때는 아무리 몸살이 나도 물속에만 들어가면 금세 멀쩡해졌는데, 이제는 물에 잠겨도 아프다. 직전에 드릴 두 시간도 순탄할 리 없고, 마지막 대장정인 IM 800m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미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어째서 멈추지 않을까. 딱히 남아도는 체력도 아니면서. 누가 물속에다 엔도르핀이라도 풀었나.
가끔, 아주 가끔, 머리로만 골몰했던 감각이 물결 사이로 스치듯 지나간다. 어라. 이거다. 바로 이 느낌. 조금만 더 하면 완전히 알 것 같은데. 한 번 더. 아, 아니야. 다시 한 번만 더, 또 한 번 더…
그 ‘한 번’이 열 번이 되고 스무 번이 되는 동안 ‘확실히 잡았다’ 싶은 순간은 지극히 드물지만, 그래도 실력은 쌓여가고 있다. 성공률이 아주 조금씩 오르는 식으로.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시나브로. 스스로는 매번 그대로인 것 같아도 남들이 보기엔 확연히 달라졌다고들 하니까.
몇 달 만에 글라이딩 전도사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예전엔 다소 성가셨던 참견(‘훈수금지’ 경고문조차 꺾지 못한 그의 신념이란…)도 오랜만에 들으니 묘하게 반가웠다.
덕분에 감으론 알고 있었으나 명확히 짚지 못했던 접영폼의 오류를 나서서 지적해 주니 고맙기까지 했다. 그는 나를 ‘물과 열심히 싸우는 초보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물에 안기는 감각에 사로잡혀 빠져든 수영인데, 실상은 이기지도 못할 물과 맞붙는 파이터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 | 요즘도 자유수영 두 시간씩 하세요?
두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바뀐 지 오래다.
? |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대회 안 나가요?
나 | 나가보려고요. 내년부터요.
? | 나가봐요. 확실히 자극이 될 거예요.
좋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망신살이 조금 덜 뻗칠 정도만 끌어올려서, 다름 아닌 ‘내 기록’을 세우러 가야지. 움츠러들 바에야 차리로 패기로 나아가야지, 앞으로.
* 베이스 조합 IM: 라운드 간 휴식 1분 이내
[1라운드] 자유형 베이스: 자유형-자유형 → 자유형-배영 → 자유형-평영 → 자유형-접영 (연속 200m)
[2라운드] 배영 베이스: 배영-자유형 → 배영-배영 → 배영-평영 → 배영-접영 (연속 200m)
[3라운드] 평영 베이스: 평영-자유형 → 평영-배영 → 평영-평영 → 평영-접영 (연속 200m)
[4라운드] 접영 베이스: 접영-자유형 → 접영-배영 → 접영-평영 → 접영-접영 (연속 20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