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더 젊었어도
새벽에는 내 옆 레인반의 지도를 담당하는 개인레슨 강사 준성에게 쭈뼛쭈뼛 다가가 물었다.
나 | 선생님, 제 기록이 두 달 전이랑 별 차이가 없는데요…
준성 | 0.4초나 단축하셨잖아요?
아하.
앞서 강습반 강사 지성은 (자세만 교정하면) 일주일 안에 5초 단축이 가능하다고 호언했기에, 두 달 만에 0.4초 단축은 솔직히 큰 성과로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여러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깨달은 바, 기록이란 '얼마 동안 얼마나'가 아닌, '단축' 자체로 중대사였다.
모쪼록 그렇다면 뭐, 내 선생님도 그러시다니까, 그런 거겠지.
뒤이어 한 달 반 뒤에 있을 첫 경기 출전과 종목을 상의했다. 의의를 '첫 출전'에 둔다면 자유형이나 배영, 25m가 있다면 접영을 추천받았다.
오, 내 저질 체력으로 접영을? 내가 접영으로 경기를?
한 달 반 전에 측정한 기록에서 자유형과 단 1초 차이였던 접영. 영법 중 가장 늦게 배웠지만 자유형 다음으로 습득이 빨랐던, 그나마도 황새 흉내는 내보는 접영. 마침 준성도 종목으로 권하니 이왕이면 접영으로 출전해 볼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엔도르핀의 농간인가, 카페인 부작용인가. 아니면 그냥 부정맥인가.
새벽 강습마다 이제는 주간을 넘어서 월간이 되어버린 접영 뱅뱅이로, 이번 겨울에 접영 실력을 아주 바짝 끌어올려보겠다며 비장하게 임
하지만 역시는 역시. 네 번째 25m까지가 상한선이다. 숏핀빨로도 체력의 한계를 채 이길 수 없었다. 당연히 이길 수 없는 물의 저항은 차치하고, 더 이상 집요함만으론 에이지 커브를 이길 수 없었다. 아, 10년만 더 젊었어도! 왜 진작에 수영할 시작할 생각을 못했을까. 왜, 어째서,
아직도 강습이 20분이나 남았냐고! 루틴인양 매일 접영하다 지쳐서 시계를 보면 신기하게도 늘 같은 시각이다.
지성 | 이제 오리발 벗으실게요.
드디어 해치웠나?
지성 | 자, 접영 빠르게 한 바퀴 더. 휘익!
선생님, 휘파람 압수!
오리발의 가호가 끝난 접영은 곧바로 저병이 되어버려… 물결에 발목 잡힌 제자리 헤엄은 결국 발터치 엔딩을 맞았다.
이래서 되겠니? 저병이 아닌 접영으로 경기 나갈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