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이고 싶다

너, 내 발이 돼라

by 이선하

오리발을 착용하는 순간 느려터진 내 수영도 그렇게 탄력을 받는다. 같은 접영이라도 무려 8초나 단축시키는 기염을 토하니, 핀수영 선출인 내 개인레슨 지도자조차 장비 활용을 잘한다고 말할 정도다. 달리기도 그렇고 단거리로 전력질주보단 존버가 관건인 장거리가 더 잘 맞는다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 오던 나는 오리발을 접하면서 비로소 희망을 갖게 됐다.


그냥 내 발이 되면 안 될까…?


맨발로는 자유형 25m조차 10초대는 어림없던 나라도, 오리발과 함께라면 10초대는 물론 무호흡 접영, 무호흡 잠영, 수중 킥보드 돌핀킥, 심지어 헤드업 자유형까지 문제없다(자세는 차치하고 완영에만 의의를 둔다면 말이다.).


접영선출의 단체강습반 지도자는 장비 사용에 회의적인 편이다. 그래서 오리발데이엔 반드시 탈착 후 노핀과 노브레싱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의 동생인 내 개인레슨 지도자 역시 이를 답습하기 시작했다. 둘이 형제 아니랄까 봐 생김새에 이어 강습 방식마저 닮아간다


…라고 당사자 앞에서 말했다간, 언젠가처럼 형님 지도자가 기함할지도 모를 일이다.


“저 동생 없어요!”


모쪼록, 오리발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생각한다:

슨생님들이 핀 벗기고 맨발 접영 시킬 때마다, 어떻게 발을 벗을 수 있냐고 아우성치고 싶다.

슨생님들이 노브레싱 시킬 때마다 그것은 핀 착용 한정이라고 바락바락 우기고 싶다.

팔다리도 짧은데 발까지 소족인 나는 그냥 오리발이 내 발이면 좋겠다. 기왕이면 롱핀으로.

매거진의 이전글그걸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