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서사

보이고 싶지 않지만 보이고 싶어.

by 이선하

시선은 공포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은근히 받고 싶어지기도 한다. 대상에 따라 집요한 시선에는 나를 내버려두길 바라면서도, 무심한 시선에는 내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결국 취향이란 일차적으로는 자기 만족과 기호라지만, 동시에 어떻게 보일지 염두에 두는 자기 대상화이기도 하다. 즉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소위 퍼포먼스라는 것도 결국 자기 만족에 상응하는 타인 만족이다. 내 몸의 쓰임새가 타인 기준에서의 심미성과의 절충되는 셈이다.

통념을 벗어난 언행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공간은 대개 가상 인물의 삶이 반영된 무대와 스크린 위다. 영화와 공연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역시 시선으로 이루어진다. 나 자신의 내면과 내 몸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고조되고 하강되는 서사다.

기본적인 교양도 윤리 의식도 없이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배제하는 이들은 소위 ‘미쳤다’고 불린다. 관념이든 관점이든 사회적 생물인 인간의 사고는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이 지난한 설명은 결국 시선에 대한 나의 모순이다.

대외적으로는 서투른 모습을 보이기 싫으면서도, 서툰 모습마저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럽게 보이기를 바란다. 비정한 시선에서는 순수한 비평만 걸러내고 싶고, 애정 어린 시선은 눈에 띄게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모순 말이다.

그래서 내가 마냥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 채 끙끙 앓지 않도록. 언제든 나만의 것인 시선을 알아챌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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