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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Feb 05. 2021

외로운 별 하나에 진심을

감히 바라건대.

Picture by. Cdd20 / Pixabay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has to fall. 이해득실을 가리는 모든 관계 속에서 나는 매번 취하는 것 하나 없는 패자였다. 누구에게나 쉽고 간단한 일인 걸 왜 나만 번번이 어려울까.


    시끌시끌한 시국 위로 온통 눈밭에 뒤덮인 밤이었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부터 내린 순백 결정체는 지상의 잡다한 불순물과 섞 혼탁 찌꺼기 되어 심란한 걸음마다 스다. 매년 맞이하는 눈이지만 한 발짝씩 뗄 때마다 발아래로 뿌드득, 단말마를 내지르는 감촉이 생경하다가도 늘 그렇듯 금세 적응됐다.


    매캐한 담배 연기가 시야를 흐리는 가로등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주목 나무 위로 어슬렁거리못난이들 그림자 야오옹하고 한 두 차례 지나갔다. 잠시 그 광경을 보며 위안 삼다가 이내 현실을 직시한다. 시뻘게진 얼굴 위로 퍼지는 알싸한 온기는 심에 미치지 못하고 두 눈과 귓가에만 감다.


    굳이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초라함 그 자체였다. 애써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 고작 나무 그늘 아래였다. 그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건 짙은 열등감이랄지 외로움이랄지, 딱히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일그러진 초상이었다.


    천편일률적인 일상. 누군가에겐 절박했을 내일의 삶을 하루하루 부질없이 영위한다. 마냥 이래도 되는 건가. 차라리 내게 주어진 생을 다른 누군가에게 쥐어졌다면 보다 가치롭지 않을까. 아무래도 스스로가 낭비였다. 시간도 공기도 아니 존재 자체가 하등 쓸모없었다.


    그러나 이런 내게 탁한 하늘에 비치는 유일한 별 하나, 육안상 단 하나의 외로운 빛이, 공허한 하늘 어딘가에쉼 없이 산란하는 미약한 빛이. 마냥 새카맣지만 않던 밤중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내 마음속에 한동안 자리 잡은 것이다.


    내쳐지는 세상에 실망하기보다는 그럼에도 삶을 붙들어 매 줄 소소한 낙을 마저 찾아보기로 다짐. 주어진 연()을 쉬이 저버리는 바람에 끈 떨어진 연을 평생 겉돌게 만든 어떤 이의 전철만은 결코 따르고 싶지 않다는, 실로 구차하고도 막중한 명분이 아직 남아서.


    내가 저 별을 바라도 되는 걸까. 머나먼 거리에 반짝이는 외로운 별을 두고 내뿜은 헛헛한 날숨은 가닿지 못한 채 이내 사라졌다.



*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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