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와 여행하기 좋은 유럽 도시 2
2층 기차를 타고 유럽의 멋진 그림 같은 풍경을 매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림 같은 집들과 농촌의 풍경이 있고, 탄성을 자아내는 호수가 어우러진 성이 있으며, 국경도 쉽게 넘나들 수 있다. 그것도 달랑 기차표 한 장만 사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 바로 독일의 바이에른주다. 바이에른주는 독일 남부 평평한 땅이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기차로 연결된 많은 도시와 나라가 있다.
아이와의 여행에서 매일 이동을 하는 일은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이동에 시간을 쓰다 보면 여행 다녀온 후에 가장 많이 기억은 이동의 기억이다. 렌트카로 여행 하는 게 아니라면 매일 이동보다는 한 도시에서 숙박을 잡고 주변의 여러 도시를 가벼운 차림과 마음으로 소풍 가듯 다녀오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런 점에서 바이에른의 중심도시는 뮌헨은 어느 다른 유럽의 도시들보다 아이와 머물만 하다. 바이에른은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와 닿아 있다. 아침 일찍 빵냄새 가득히 퍼지는 뮌헨역에서 기차를 타면 스위스의 취리히,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프라하로 갈 수 있는 뉘른베르크에 닿을 수 있다. 그리고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꼽히는 백설공주의 성이 있는 퓌센으로 갈 수 있다. 또한 독일 알프스의 최고봉으로 3천미터에 이르는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의 추크슈피체까지도 당일에 다녀올 수 있다.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는 파란색 2층 기차였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여행하는 독일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평평한 땅 위를 흐르는 넓지 않은 강을 하나 살짝 건너면 국경을 넘어선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잘츠부르크에서는 아이와 미라벨 정원을 걸으며 함께 도레미송을 불러볼 수도 있고, 모차르트의 집에서는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직접 볼 수 있다. 뮌헨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잘츠부르크 역에서 달콤한 과일과 모차르트 초콜릿과 캔디를 사서 하나씩 우물거릴 수도 있다.
퓌센으로 가는 길은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예약 없이 타는 완행 기차다 보니 주말이라면 아침에 기차에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퓌센에 거의 이르면 그림처럼 멋진 Forggensee 호수가 나오는데 기차에 탄 이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그 풍경에 감탄을 내 뱉는다. 백설공주의 성으로 알려진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꽤 가파르다. 마차로도 올라갈 수 있지만 아이와 걸어 올라가면서 아빠는 이 성의 주인공인 루드비히 2세가 호수에서 시신으로 발겨된 이야기를 전설로 각색해 준비해 가면 나는 재미있는 투어 가이드이면서 이야기 꾼이 될 수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내려다뵈는 슈방가우의 풍경은 그 누구라도 정신을 쏙 빼 놓을만큼 아름답다. 성에서 나와 산 중턱을 돌아 마리엔 다리에 이르면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오래 두고 볼만큼 멋진 성이 있는 그림을 얻을 수도 있다.
또한 르네상스의 미술을 독일로 가져다 준 화가 뒤러의 고향인 뉘른베르크에는 4~50분이면 고속철도 ICE로 닿을 수 있다. 중세 이후 독일 르네상스의 중심 도시인 ‘붉은 바위’라는 뜻의 뉘른베르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모두 파괴된 도시였다. 이후 그때의 모습으로 다시 지었지만 기차역에서부터 이 도시의 강한 인상에 매료될 수 있다. 특히 독일에서도 뉘른베르크는 소세지가 맛있기로 유명한 도시다. 성 로렌초 교회 앞에 시장이 열리면 아이에게 체리 한 봉지와 뉘른베르크 소세지 3개가 빵사이에 들어간 뉘른베르크 버거를 산다. 그리고 이 도시가 훤히 내려다 뵈는 뉘른베르크 성 담벼락 위에 올라가서 그 풍경과 함께 즐기는 맛을 보면 이 도시를 여행하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아이가 이제 그림을 즐길 줄 아는 나이라면 뮌헨의 알테피나코텍 미술관에서 뒤러의 자화상을 먼저 만난 후 뉘른베르크에 있는 뒤러의 집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아이와의 여행이 될 듯 하다.
뮌헨에서 알프스를 만나고 싶다면 빨간색 기차를 타고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으로 가면 된다.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은 추크슈피체라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알프스가 있다. 아이와 둘이 케이블카로 올라가는데 8만원 가까운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내려올 때는 산악 기차를 이용해 알프스의 풍경과 함께 내려올 수 있다. 산 정상에 오르면 그림 같은 멋진 독일의 융프라우요라고 불리는 풍경이 보인다고 했다. 내가 올랐던 날은 여름비가 이 마을에 세차게 내린 다음 날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8월 한여름에 눈인지 얼음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덩어리를 맨손으로 만지며 아무것도 뵈지 않는 안개 속을 신비한 나라에 온 듯 신나하며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았다.
뮌헨으로 돌아와서는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스테이크 집에서 오늘의 특선으로 저렴한 스테이크로 밥을 먹고 슬슬 걸어가서 책을 보다 그대로 잠이 들어도 좋은 영국 정원이 있다. 런던의 버킹엄 궁전 앞의 St James's Park에서 그랬던 것 처럼 영국 정원의 호수에서는 여러 동물들과 아이는 대화를 시도하며 꽥꽥 소리를 낸다. 오페라의 유령 공연 같은 멋진 공연이 열릴 것 같은 뮌헨 레지덴츠 궁전 음악당과 아이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색색의 보석과 황금으로 만들어진 왕관과 보물이 가득한 박물관에서는 아이도 너무 아름다웠는지 사진으로 남기느라 카메라와 일체가 된 듯했다.
뮌헨에서만도 닷새라는 시간을 아이와 함께 알차게 여행할 수 있다. 뮌헨은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 가는 루프트한자 항공도 있어서 유럽 내 장거리 이동을 원하지 않는다면 아이와 여행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