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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의선물 Aug 29. 2020

학원을 끊고 유럽을 걷다.

 - 55일, 아빠의 딸의 슬기로운 여행 이야기

Ⅱ. 아이와 여행하기 위한 슬기로운 여행 준비    


2. 도시간, 도시내 루트는 최단 동선으로!    


 방콕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무리의 젊은이가 식당을 찾아서 헤메고 있었다. 여행지에서의 맛있는 식당을 찾는건 큰 기쁨이고 나의 검색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숨이 턱턱 막힐만큼 더운 방콕의 대로에 서서 무슨 식당을 갈지 몰라서 헤메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도 보였다. 이런 상황은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마침 주변에 알고 있는 식당 서너곳 정도를 소개해 주니 그 젊은 일행들이 기뻐하며 식당을 향해 출발했고 옆에서 보고 있던 아이는 나를 믿음직한 눈으로 바라봐 주었다.  

  

 움직임이 곧 여행이다. 여행 후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고 기록을 하다보면 내가 왜 이렇게 움직였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내가 짠 동선이 효율적이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다. 반대로 여기서 여길 간 건 정말 좋았어. 라고 생각할때도 있다. 효율적인 여행 루트 짜기가 아이와의 여행에서 더 중요한 이유는 아이의 체력과 컨디션 유지에도 중요하지만 아빠나 엄마가 헤메지 않고 여행 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아이는 낯설고 먼 세계여행은 가장 든든한 엄마 아빠가 옆에서 함께 여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 여행을 위한 비행기가 결정되었다면 인-아웃 도시가 정해졌다는 말이다. 인-아웃 도시가 정해졌다면 이제는 내가 가고 싶은 도시들을 결정해야 한다. 유럽 여행은 국가 여행이 아니라 도시 여행이다. 몇 개의 나라를 갔느냐는 별 의미가 없다. 몇 곳의 도시를 방문 했느냐가 유럽 여행의 기억을 더 풍족하게 한다. 도시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는 곳이 유럽이다.    

 

 유럽 여행에서 도시간 이동의 루트는 교통편에 의해 결정된다. 기차로 갈건지, 버스로 갈건지, 렌트카를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것인지에 따른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아무래도 기차 이동이다. 기차 이동은 이동 시간이 짧다. 대개 기차역은 도심의 가장 중심에 있어서 기차역을 왔다 갔다 하는 일도 편리하다.     

 유럽의 주요 도시만을 이동한다면 기차 이동이 가장 낫다. 아이와의 여행이라면 아이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기차다. 특히 유레일 패스를 이용한다면 만 12세 이하 아이는 유레일 패스가 무료라는 매우 큰 장점이 있다. 유럽 여행에서 기차는 대개 석달 전부터 예매할 수 있는데 국가간 이동을 하는 고속열차나 야간 열차의 경우 일찍 예매할수록 저렴하다.  

   

 버스는 요금이 기차에 비해 저렴하고 기차로 가기 어려운 곳을 이동할 때 유리하다. 플릭스버스의 경우 기차로 가기 어려운 도시 곳곳을 연결해 준다. 반면 기차보다 이동 시간이 길고 아이가 느낄 답답함이 있어서 여행의 불편한 점이 있다. 그래서 아이와의 여행이라면 가장 추천하지 않는 이동이다.     

 항공 이동은 먼 도시로의 이동 또는 기차나 버스에 비해서 요금이 저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유럽 여행에서 한번 이상 타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항공 요금 자체가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공항을 왕복하는 교통 수단이 비싼 경우가 많고, 아주 작은 공항이 아니라면 공항에 최소한 1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야 하므로 이동에만 하루의 절반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런던을 여행하고 싶다면 항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마지막 도시에 넣거나 맨 처음 도착지로 넣는 것이 좋다. 아이와 여행하기 좋은 런던이나 로마를 출발 기준으로 했을 때 첫 유럽이라면 아래와 같은 루트가 도시간 이동에 편리한 루트가 될 수 있다.    


런던 – 파리 - 취리히 – 밀라노 – 로마 

런던 – 파리 – (항공 이동) – 포르투 – 리스본 – 세비야 – 마드리드 – 바르셀로나

로마 - (이탈리의 여러 도시 렌트카 이동) - 밀라노 – 스위스 

① 파리 – 런던 

② 독일 뮌헨 – 뉘른베르크 – 프라하 – 비엔나 – 부다페스트- (항공이동) -런던    


 도시간 이동을 최대한 줄이려면 한 개의 중심 거점 도시에서 숙박을 하고 여러 도시를 당일로 왕복 여행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이동 시간을 편도 2시간 이내로 하고 기차역과 가까운 숙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암스테르담과 주변 도시(헤이그, 에담, 잔세스칸스), 브뤼셀과 주변도시(헨트, 브뤼헤, 안트베르펜), 뮌헨과 주변도시(퓌센, 뉘른베르크, 밤베르크, 잘츠부르크), 프라하와 주변도시(드레스덴, 체스키크룸루프) 같은 경우가 될 수 있다.    


  유럽 여행의 재미난 점 중에 하나가 소도시 여행이다. 유럽의 소도시들은 말 그대로 소도시이기 때문에 왠만한 곳은 다 걸어서 여행할 수 있다. 주요 볼거리가 구시가지에 몰려 있기 때문에 놀 듯 쉬듯 산책하듯 아이와 함께 정해진 루트 없이 다녀도 좋다. 어느 오래된 골목길을 걸어도 그 풍경 안에서 아이와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손잡고 걸어다녀도 소중한 기억이 된다. 어디에 어떤 여행지와의 인연이, 어떤 풍경이, 어떤 맛집이 숨이 있을지 기대하며 다녀도 참 좋은 곳이 유럽 소도시 여행이다.


 하지만 대도시의 경우는 다르다. 런던이나 파리 로마 같은 대도시는 볼 거리도 많고 가야 할 곳도 많기 때문에 그날 그날의 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인터넷 블로그에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여행 루트가 많지만 아이와의 여행에서는 그대로 따라가기 어렵다. 대체로 아이가 초등학생 저학년이라면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하루에 두 곳 이상 가는 것은 무리가 된다. 따라서 숙소를 중심으로 최대한 동선이 짧게 짜는 것이 좋고 도시 워킹 투어나 1일 투어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각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워킹 투어들은 최적의 투트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로마나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 같은 대도시의 경우 아이와 가고 싶은, 혹은 내가 꼭 가고 싶은 여행지를 지도에 표시한다. 그런 다음 그 스팟들 간의 거리를 확인한 후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중심 되는 지점에 숙소를 잡으면 좋다. 숙소 주변에는 시장이나 마트가 있어야 하고 식당도 쉽게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런던이나 파리 같은 경우는 너무 넓기 때문에 숙소 위치를 잘못 잡으면 도시 내에서 이동으로만 시간을 다 소모하게 된다.     


 유럽 대도시에서의 이동은 가급적이면 트램이나 버스를 권한다. 지하철이 빠르고 편리하긴 하지만 그 먼 곳까지 가서 캄캄한 지하로만 다니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트램과 버스를 타고 가면서 만나는 도시 풍경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더 많은 추억과 인연을 줄 수 있다. 나는 그랬다. 소매치기로 늘 긴장해야 하는 불편한 지하철보다는 버스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우리 나라에서 탈 수 없는 각 도시마다 특색 있는 모양과 색깔의 트램 타기는 그 도시를 떠올려주는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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