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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의선물 Aug 28. 2020

학원을 끊고 유럽을 걷다

- 55일, 아빠와 딸의 슬기로운 여행 이야기

Ⅱ. 아이와 여행하기 위한 슬기로운 여행 준비    


1. 슬.아.행(슬기롭게 아이와 여행하기) 비행기는 이렇게 예약하기    


수많은 사람들 속을 지나쳐 마지막 게이트야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하고 있어

이럴 땐 침착해 좀 자연스럽게

파란 하늘위로 훨훨 날아가겠죠

어려서 꿈꾸었던 비행기 타고    


거북이의 노래 '비행기'에 나오는 가사다.    

탑승 게이트의 문이 열린다. 탑승 연결교의 네모난 통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 길지 않은 시간은 마치 이 세계와 다른 미지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신비의 다리를 걷는 느낌을 준다.  그 네모 공간속은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진다.     

 

 여행 준비의 시작 순간에서부터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가장 설레는 순간 셋을 꼽으라면 첫 번째가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대교를 지나 저기 멀리서 은빛 물고기 비늘의 인천공항 지붕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러면 이제 진짜 여행을 하는구나 싶어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탑승 수속을 마치면 내 손을 떠난 수하물은 열 몇시간 넘게 헤어지고 각자의 길로 간다.     


 출국장 입구의 긴 줄 안에 서서 아이는 조마조마해 하기 시작한다. 비교적 빠르고 간단한 검사인데도 보안 구역을 통과할때면 아이는 많이 긴장을 한다. 그리고 여권에 출국 도장이 찍히고 난 뒤 한 두걸음 걸으면 마치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지듯 불투명한 유리문이 열리는 그 순간이다. 문이 열리면 면세점의 강한 향수 냄새와 불빛이 긴장되었던 그 시간을 단숨에 확 바꿔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로 이 탑승 게이트가 열리고 탑승 안내가 나오는 순간이다. 오래 준비해 온 ‘이 여행이 드디어 시작 되는구나’ 하는 비장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여행의 처음과 끝은 비행기와 함께 한다. 비행기를 고르는 일이 여행이 시작이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이 현실 여행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와의 여행에서 비행기 선택은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면 비행기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비행기 선택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아무래도 가격이다. 얼마의 요금을 내야 내가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는 여행이 될 것인가. 여행 카페에서 단골로 올라오는 질문중에 하나가 바로 이 가격이다. 주로 이런 질문이다. “00항공 이 가격 괜찮나요?” 자기가 사는 비행기 가격이 비싸지는 않은지, 내가 제대로 잘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비행기 요금에서부터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비행기 요금은 말그대로 고무줄이다. 내가 산 가격에서 더 떨어지기도 하고 더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비행기 가격은 오른다. 비행기의 요금 구조는 다양한 클래스에 따라서 요금이 매겨진다. 같은 비행기 이코노미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는 열 가지가 넘는 클래스가 있고 그 클래스마다 가격이 다르다. 물론 클래스마다 환불이나 좌석 승급, 마일리지 적용률도 다르다. 쉽게 말하면 비행기 안에 탄 사람들이 100명이면 100명의 요금이 다 다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다 같은 이코노미 좌석인걸.  

   

 일반적으로 비행기 요금은 미리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다. 대략 출발 날짜의 10개월 전쯤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다. 그리고 항공사마다 저렴한 티켓을 오픈하는 시기가 다르다. 왕복 80만원대의 항공 요금이 계속 보이다가도 어느 날 보이지 않던 항공사의 60만원대 항공권이 뜨기도 한다. 또한 비행기 티켓을 검색해 주는 어플마다 가격이 다르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항공권 사이트마다도 요금이 다르다. 보통 4~5곳을 검색했다. 같은 출발 날짜와 인-아웃으로 검색해도 요금이 다 다르게 나오고, 같은 항공사라도 요금이 다르게 검색된다. 네이버, 카약, 스카이스캐너, 옥션, 초특가 항공권 어플을 수시로 번갈아 가며 검색을 한다.    

 

 첫째는 인-아웃 도시와 출발-도착 바꿔본다.    

 둘째는 변경 가능한 주변 도시들로 검색해본다. 예를 들어 로마 아웃이면 베네치아나 밀라노로, 부다페스트 아웃이면 빈이나 자그레브로 바꿔서 검색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항공권 요금이 정말로 달라진다. 많게는 2~30만원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저렴한 항공권을 사려면 검색을 오랜 기간, 자주 하는 수 밖에 없다. 마치 생활하듯 검색을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 듯 숨어있는 최적의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이 눈에 보인다. 그럴땐 이렇게 외치고 싶다. 유레카!!!    


 내가 본 가장 저렴한 유럽 왕복 항공권은 에티하드 항공의 2월 도쿄 출발 인천 도착의 왕복 44만원이었다. 물론 내가 갈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 침만 꿀꺽 삼켰지만. 에어차이나 항공으로 58만원에 다녀온 것이 나는 가장 저렴한 요금이었다. 대개 여름 성수기에도 왕복 80만원을 넘진 않았다.


 요금만 저렴하다고 물론 좋은 비행기 선택은 아니다. 비행 시간과 경유지가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가장 좋겠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외국 항공사에 비해서 비싸다. 성수기에는 직항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비싸도 되나 싶을만큼 외국 항공사와 요금 차이가 크다. 나는 대부분 경유라도 직항에 비해 비행시간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저렴한 외국 항공사를 선택한다.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을 경유한다는 말을 듣자 아이가 처음 꺼낸 말은 마뜨료시카였다. 러시아에 가면 살 수 있는 인형이니 꼭 사고 싶다고, 정말로 아이는 공항에서 수많은 종류의 인형을 보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로마 여행 내내 아이는 모스크바 공항에서 산 마뜨료시카를 가지고 놀았었다. 가볼 기회가 잘 없거나 새로운 나라의 공항을 경험해 보는 것도 아이와의 여행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동남아 항공사들(싱가포르, 타이항공, 캐세이퍼시픽 같은)과 중동 항공사들은 거리상 비행 시간이 길다. 싱가포르 항공의 경우 인천에서 싱가포르까지만 해도 5시간이 넘고 싱가포르에서 유럽까지도 12시간이다. 그러나 서비스면에서는 최고 수준의 항공사들이다.

 중동 항공사들의 경우 장거리 비행에 힘들어 하는 아이라면 이용해 볼만하다. 카타르나 아랍에미레이트까지 7~8시간 걸리고, 다시 유럽까지 4~5시간 걸리니 중간에 내려서 한번 쉬어가야 하는 형편이라면 추천할만하다. 그리고 대체로 신형, 대형 항공기가 많고 서비스도 훌륭한 편이다.     

유럽 내 항공사나 중국 항공사가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다. 가장 짧은 비행시간은 북극 항로를 이용하는 핀란드나 러시아항공 등이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다. 아이가 한 번에 긴 비행을 하는 것이 힘들다면 터키항공도 비교적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라 추천할만하다.  

  

 대체로 유럽까지 가는 항공사들은 FSC(Full Service Carrier) 메이저 항공사들이기 때문에 아이가 타면 아이에 대한 서비스는 훌륭한 편이다. 아이 기내식을 신청할 경우 먼저 제공하고 아이가 비행기 내에서 먹을 간식이나 그림 그릴 것, 장난감등을 챙겨준다. 아예 아이 기내식을 백 파우치에 담아서 도시락으로 제공하는 항공사도 있다. 비행기를 결정했다면 꼭 아이 기내식을 신청하도록 하자. 아이가 밥을 먹기 힘들어한다면 과일식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비행기 출발-도착 시간이다. 비행기 출발 도착 시간은 유럽 현지에 도착해서 하는 시차 적응과 한국에 돌아와서 견딜 시차 적응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긴 비행 시간에서 언제 아이를 재우고 깨워야 할지 조절해야 한다.    

 

 대체로 국적기들은 한낮에 출발해서 현지 도착이 늦은 저녁이다. 한국에서 정오에 출발해서 현지 시간으로 저녁 7시에 도착한다고 하면 15시간 비행 후(환승시간 포함)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2~3시가 넘어가게 된다. 이럴 경우 숙소에 도착하면 이미 한국 시간으로 새벽 4~5시가 되기 때문에 아이와 도착 당일 여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숙소에 도착해서 바로 잠이 들면 현지 시간으로 새벽에 잠에서 깨게 되니 여행 첫날부터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현지 시간으로 새벽 3~4시부터 깨서 말똥말똥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간에 일어나서 아이와 햇반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새벽 같은 시간에 나와서 트램을 타고 로마 시내를 구경했었다. 유럽 현지에 도착해서 사나흘은 거의 현지시간 새벽에 깨게 된다. 덕분에 좀 더 부지런한 여행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 컨디션에 맞추다보면 저녁이 없는, 야경을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유럽 여행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유럽의 여름, 알프스 북쪽 도시들은 여름에 밤 10시나 되어야 어두워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야경을 보려면 오래 눈뜨고 있어야 한다.     


 가급적이면 인천에서 출발하는 시각이 오전 출발, 현지 도착은 오후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좋다. 그렇지 않으면 밤 늦게 출발해서 낮에 도착하는 비행기도 좋다. 비행기 안에서 한국의 밤처럼 계속 잘 수 있기 때문에 현지에 도착해서도 아이 컨디션을 잘 유지할 수 있어 도착 첫날부터 바로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 비행기 출도착 시간과 시차를 잘 계산해서 아이를 비행기에서 첫 번째 기내식을 먹이고 영화를 보고 재울것인지, 두 번째 기내식을 먹이고 재울 것인지, 언제 게임을 하고 책을 보고 간식을 먹이고 재워야 하는지 시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아이와의 유럽 여행 준비는 항공권에서부터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 과정이 모두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다. 그건 다녀와 보면 더 크게 느낀다.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해 가면서 여행에 자신감도 생기고 노하우는 물론 내 자신이 뿌듯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 이제 비행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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