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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10분 지하철

그냥 글이 써졌어

by 민창

오전 6시 30분.

한 번 울리는 알람소리에 눈이 번쩍 떠져 일어났다. 새벽 2시에 자고 알람 한 번만에 눈을 뜨는 거 보니 요즘 나는 긴장을 제대로 하고 있나 보다. 저번주까지는 어두컴컴했는데, 밝은 바깥풍경을 보니 이제는 봄이 왔음을 느낀다. 저번주보다 가벼워진 옷을 입고 밖을 나간다. 포근해진 날씨, 봄 내음, 오늘은 미세먼지가 좋지 않겠구나... 1호선 동인천역에서 5호선 서대문역까지 1시간 20분이 걸리지만, 1시간 동안은 앉아서 잘 수 있다. 마지막 학기까지 통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지 않을까. '9-1' 사람이 많이 있을 5호선 환승역 신길역에서 누구보다 완벽하게 환승하기 위해 '9-1'칸에 들어간다. 들어오는 용산급행, 자리에 앉아 1시간 정도는 자야 하기 때문에 시끄러운 노래가 없는 잔잔한 플레이리스트를 켜고 전철 안으로 들어간다.


전철 안, 서로를 마주하지 않는 사람들. 각자의 목적지가 있고, 각자의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 창문을 응시하는 대신 화면을 바라보고,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 바깥 풍경이 아닌 작은 화면 속 정보를 스치듯 지나치며 시간을 보낸다. 어떤 이는 음악을 듣고, 어떤 이는 화면을 터치하며 익숙한 동작을 반복한다. 피로를 달래는 시간일 수도, 생각을 비우는 습관일 수도, 혹은 무언가를 채우려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 목적지가 있어 이 자리에 앉아있는 우리. 그렇지만 우리의 표정에는 목적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해내야 하는 것들이 있는 목적지를 가는 이 전철 안에서 만큼은 목적 없이 표정 없이 생각을 비우고 싶어 하고 있진 않을까. 우리는 이 아침부터 무슨 마음으로 어디를 가고 있을까. 자신의 마음 상태는 알고 있을까. 본인의 몸과 마음 건강 상태를 알고 목적지로 가고 있을까.


우리의 마음은 목적지가 있는가. 몸은 저마다의 행선지를 향해 움직이지만, 마음도 그곳을 향하고 있을까. 아니면 한 곳에 멈춰서, 혹은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을까. 하루를 살아내기에 급급한 우리는 정작 자기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스쳐 가는 얼굴들 속에 섞여버린다. 전철이 멈추고, 사람들이 하나둘 내린다. 각자의 행선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창문을 바라보던 이도, 핸드폰을 보던 이도, 목적지에 닿으면 결국 내린다. 하지만 그들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정말 가야 할 곳으로 가고 있는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함께 걷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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