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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궤도를 도는 마음

그냥 글이 써졌어

by 민창

서울역 너머로 하루가 저물었다

붉은 기운은 사라지고 어두운 하늘 아래
버스는 제 갈 길을 가고, 사람들은 누군가를 떠나거나
돌아오고 있었다.


움직이는 버스와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우리는 야경이 보이는 그곳에 앉아 있었다.

바람을 타고, 숨결이 오가고 눈빛이 조용히 서로를 읽었다.

전광판 불빛이 가끔 얼굴에 머물 때 기억 하나가 별처럼 떠오르고.

서로가 서로에게 꺼내는 지금까지 모아 왔던 본인의 별을 소개한다.


행복했던 기억, 슬펐던 어느 계절, 각자가 마음에 품고 있던 가시, 한때 누구를 사랑했던 시간…

모든 별들이 모여 지금의 너라는 우주가 만들어졌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별 하나를 건넬 때마다
그 별은 상대의 우주에 닿아 작은 흔들림을 남겼다.

별들은 부딪치고 어느 별은 조용히 스쳐가며 서로에게 진동처럼 남았다.

내가 꺼낸 별 하나에 머물고 있는 네 눈빛

그 짧은 순간, 나는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오래된 풍경을 다시 마주한다.


서울역 야경이 보이는 작은 의자.

그곳에 자리 잡은 서로 다른 우주.

그 별빛 같은 기억들이 오래 머물러준다면—

나는 바란다.
네 우주 곁에서 같은 궤도를 도는 별이 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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