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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그냥 글이 써졌어

by 민창


귀한 연휴. 모두가 어떻게 쉴까 고민하는 그런 날에 엄마 아빠는 누나네로 향한다. 태어난 지 52일 차인 사랑스러운 손주를 보기 위해 그리고, 몸으로 마음으로 낳은 내 딸과 사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파 그들의 집으로 향한다. 딸과 사위에게 주려고 엄마는 전날 밤부터 닭죽을 끓였다. 줄 서서 에그타르트와 닭강정을 구매하고, 시장에 들러 먹을거리를 사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 외에 뭘 먹어야 배가 든든할까 고민하면서 사온 쌀떡볶이와 구운연어초밥, 후토마끼. 아가 키우느라 바쁜 내 자식들 든든히 먹이고파 양손 가득 음식을 챙겨 딸 집으로 향한다. 엄마 아빠는 서로가 번갈아가며 손주를 안았다. 내 자식들 더 편하게 밥을 먹이고파 에그타르트 한 입, 닭강정 한 입, 떡볶이 한 입 그렇게 한 입을 먹으며 서로 손주를 안았다.


내 딸이 낳은 손주. 내 딸에게 아직 든든히 도와줄 수 있을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가, 할머니가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엄마 아빠. 30년 딸을 키우고도 아직 더 키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딸을 키울 때는 본인들도 아빠 엄마가 처음이라 많이 서툴었을 텐데. 손주를 안은 엄마아빠는 어떤 마음일까. 손주의 사진을 보는 게 요즘의 일상에 낙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빠. 허리 물리치료를 받는 이유가 손주를 안아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는 엄마. 이들의 사랑이 첫 손주의 이쁨 뿐만 아니라, 처음이어서 서툴렀던 딸을 더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진 않을까.


내 딸과 내 사위가 엄마와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이 덜 힘들길 바라며. 본인들이 겪은 힘듦을 덜 느끼길 바라며. 내 새끼들이 부족함 없이 자식을 키우길 바라며. 그런 마음으로 그들은 우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 아빠도 아직까지 자식을 통해 다시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식은 부모가 되어가고 있었고, 부모는 여전히 부모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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