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

내 안의 슬픔과 화해하기

by 민창







해가 떠오르는 시간은 줄었지만, 해가 지는 짧은 계절. 방 안 환기를 위해 조금 열어놓은 창문 틈 사이에 잠시 비쳐드는 *볕뉘. 이 시간이 나를 위로한다. 이번주는 너무 분주한 일상을 보냈다. 나를 챙기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힘들어도 해내야만 하는 일들이 주어지고, 슬프지만 위로해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 눈물을 참아야 했으며, 눈물을 흘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야 했던 날들. 그런 날들이 모여있는 한 주를 보내고 찾아온 한 주의 시작 월요일.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못하겠어. 이번주는 사람을 최대한 안 만나려고, 오늘은 글을 쓸 여력이 없어서 읽기만 할래." 일상의 전원 코드를 뽑는다. 핸드폰 비행기모드를 만들어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며 오늘하루 해야 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이륙한다.


눈물도 흘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흘린다. 오늘하루는 아무도 안 만날 거라 눈물을 흘리고 싶은데, 타이밍을 놓쳐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분주하고 정신없어도 슬픔을 조금은 마주할걸. 그렇지만, 그래야만 했으니깐. 읽다만 이디스 워튼의 '여름'을 다시 읽는다. 한 주먹 들어갈 정도로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 틈 사이에 햇빛이 들어온다. 책 내지 안에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가 창문을 바라보며, 그때 만난 단풍나무가 나뭇잎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그 장면이 위로가 됐다. 눈물을 떨어트리고 싶어도 방법을 까먹은 나에게 단풍잎을 떨어트리는 나무의 모습이 나 대신 울어주는 모습처럼 보였다.


"나무는 나뭇잎을 떨어트리는 이유가 뭘까"

"그야... 떨어트려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지. 시기를 놓친다는 건 '순환'을 놓친다는 것이고, 순환을 놓친다는 건 어딘가 모르는 곳에 '고인다'는 뜻이니깐"


눈물을 참아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흘려야 했던 시기였구나.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두려웠던 거 같다. 눈물의 무게가 무거운지 알기에. 눈물을 흘린 나는 무너질까 봐 두려워했던 거 같다. 그런 긴장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볕뉘 사이에 마주친 나무는 나를 위로한다.


"흘려도 괜찮아. 무너져도 괜찮아. 눈물을 흘리고 무너져야 했던 시기인 거야. 흘려야 채워지는 순환이 찾아오지."


몇 장의 눈물을 떨어트렸을까. 오늘 하루나무가 떨어트린 나뭇잎 정도는 떨어트린 거 같다.

흘린 후 이륙하고 있던 핸드폰과 내 삶을 다시 착륙시킨다. 해야 하는 사진 보정부터 다시 시작하자.





*볕뉘 : 작은 틈으로 잠시 비쳐드는 햇빛




감리교신학대학교, 11월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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