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온전히 나로 있어도 되는 곳. 많은 우주가 모여 있는 곳. 외 로워서 혼자 있어도 괜찮을 곳. 함께라서 때로는 위로가 되는 곳. 너무 많은 감정이 쌓여 있지만 지저분하지 않은 곳. 다채롭지만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곳. 내 마음을 스스로가 정리하지 못할 때 꼭 생각나 찾아가는 곳. 시끄러운 서울에 서 고요함을 보관하고 있는 곳. 나에게 책들이 모여있는 책 방은 그런 곳이다.
살면서 마주칠 이유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다 보니 필요할 때가 있더라. 그 이야기가 나에게 대신 흘려주는 눈물이 되어주기도 하고, 숨 쉴 수 있는 숨구멍이 되어주기도 하고, 내가 가보고 싶은 풍경이 되어주기도 한다. 내 힘듦이 누군 가에게 짐이 될까 봐 무서워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 서점은 방명록 같은 곳이기도 하다. 하나하나 이곳에 이름 모르는 사람들이 놓고 간 문체들을 빌려 내 힘듦을 설명하기 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책방에 갔을 때 생각나는 이가 있다 면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책 한 권을 사 온다. 내가 좋아하는 책방에는 이런 문구가 벽에 붙어 있다.
‘좋아하는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건 언제든 다리를 건너 자신에게 오라는 초대장과 같은 게 아닐까.’ - 송은경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내가 있는 이곳을 소개해주고 싶어 생각나는 이에게 내가 있는 곳까지 다리를 놓는다. 어쩌면 제일 소란스러운 곳일 지도 모르겠지만, 마주칠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있는 이곳에 당신은 어떤 소리를 놓고 싶은지 작은 질문과 함께 엮어 생각나는 이에게 선물한다. 나에게는 숨을 돌린다 는 걸 알려준 곳. 바깥의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가지만, 이곳 에 들어가면 흘러가느라 바빠 보였던 시간이 잠시 멈춰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허락해 주는 곳. 너에게는 그 런 공간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진리는 금과 마찬가지로 그 성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금 이 아닌 모든 것을 씻어냄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레프 톨스토이
무언가를 잡는 법을 배우는 우리의 시대에서 생각나는 당신 에게 질문을 남깁니다. 당신에게 놓는 방법을 알려준 곳은 있는가요. 금으로서 살기 위해 배우는 곳뿐만 아니라, 온전 히 나로서 남을 수 있도록 씻어낼 수 있는 곳이 있는가요. 그대는 오늘 온전히 그대로 남았나요. 당신에게 책을 선물합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