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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 않은 결말

내 안의 슬픔과 화해하기

by 민창



소멸하고 있는 나를 안아줄래.

살아가고 있는 생명이 아닌,

죽어가고 있는 나에게 조금 더 집중해 줄래.


죽음이라는 결말을 알고 살아가는 현실인데

그럼에도 우린 왜 하나일까.

어떤 실수를 하며 살았기에 우린 둘이 될 수 없을까.


내 능력 밖에서 일어나는 결말인데 나는 이걸 만질 줄 몰라.

내 안에 있는 오래된 동굴 속에서 울고 있는 나를 위로해 줄래.

부서져도 괜찮으니, 혼자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꽉 안아줘.


소멸되는 순간까지도 천천히 나에게 너를 담아.

나를 찾고 있는 네게 미안하지만, 얼마 안 남았으니 나를 보고 웃어줘.

내가 떠나도 그곳에서 찾은 나와 함께 너는 천천히 저물어줘.


너와 함께 길을 잃었던 시간

가난한 순간

도망쳤던 현실

함께 사랑했던 모든 것


나는 나를 끝내 안아주지 못했지만,

나를 안아주는 너를 만나 슬픈 결말은 모면했어.

부족한 내가 경험할 수 없었던 모든 세상을

보여줘서 고마웠어.


결말을 마주해도 내 이야기를 이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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