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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Nov 30. 2024

끝이라는 착각에서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잔상


끝이라고 생각했던 겨울들은 매 순간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간신히 올 해를 적응한 지 얼마 안 된 요즘인데, 뭐가 그리 급한지 내년을 맞이하라 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착각을 인지하고 다가올 새로움에 긴장하고 있을 때, 나는 참 잘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 착각 속에서 헤어질 올해와 마무리 인사를 잘하고 싶다. 모두가 스타벅스 프리퀀시를 모으고 있을 때 나는 스타벅스에 가서 일다만 책을 읽는다. 말나 와서 하는 말인데, 프리퀸시 미션음표 세 잔 모으는 거 쉽지 않다. 이거 두 잔으로 바꿔줘. 암튼, 남들이 내년을 잘 부탁한다는 편지카드를 주고받을 때, 올해 받았던 편지를 꺼내 다시 읽고 올해 나와 함께 해준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내년에 대한 목표를 모두가 정할 때 올 해 하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서 아쉬워한다. 올해 혼자 여행 한 번은 가려고 했는데, 못했네 내년에는 해야겠다. 새로 만날 인연을 설레하는 것보다 올해 내 관계에서 떠나간 인연들을 떠올려본다. 왜 떠났었는지, 내가 줬던 상처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이별을 하고 올 해라는 들판에 묻는다.


아무리 착각이라고 해도 내가 살았던 내 공간이었다. 잘 정리하고 이사를 하고 싶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이 공간에 잘 묻는다. 고마웠던 마음은 내 가슴에 묻고 떠난다. 우리 모두의 속도는 다르기에 모두들 각자의 착각을 잘 누리고 건너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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