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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라해 Dec 31. 2024

12월 31일

잔상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사고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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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니 참 많은 생각이 나를 찾아온다. 올해 내가 어떻게 보냈을까. 올해 내 삶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고, 지우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일까. 막상 생각해 보면 '그땐 그랬지'라는 말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한때이기도 하며, 이어지고 있는 얕은 우울감의 베이스이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아쉬움은 남지 않았다. 올해 내가 내린 결정으로 힘들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안도감을 가지고 내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픔을 기억으로 남기지 않고, 잔상으로 남긴다. 앞으로 내게 올 순간에 집중하고 기대해 본다. 물론, 질문은 질문을 만든다. 내년에는 내가 지금처럼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잘하고 있을까. 어떤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있을까. 아니, 새로운 관계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12월 31일 올해의 매듭달 마지막 날. 매듭을 짓기 전 상자에 걱정을 놓고 매듭을 짓는다. 내년은 올해 보다 조금은 더 행복하길, 삶의 오타를 덜 만드길 바라며. 오랫동안 보고 싶은 사람들이 올 해보다 더 많아지길 바라며. 올 해 보다 조금 더 사랑을 누리고 뿌리길 바라며.


내년은 올해 보다 더 많이 눈물을 흘릴 용기를 가지길 바라며.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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