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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설날

그냥 글이 써졌어

by 민창



집에 큰 어른 두 분이 하늘나라 가셨다 보니 가족끼리 모이는 게 참 쉽지 않은 거 같아. 가만 보면 우린 참 많이 웃고 울고 함께 했던 거 같다. 슬픔을 나누며 눈물을 함께 흘리고, 행복을 나누며 함께 웃었어. 그래서 우리는 그럼에도 이렇게 모이는 거 같다. 형들의 결혼으로 새로운 가족이 된 형수님들과 누나의 임신으로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내 사랑스러운 조카까지. 가족 안에 이별은 아쉽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기며 우리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야. 서로가 이어져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대구에서 인천에서 수원에서 부천에서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온기를 나눈다.


주사위를 굴려 선물을 얻어가는 게임과 윷놀이. 서로 웃고 이야기하며 나누는 우리의 사랑. 원래 나 혼자 커피를 마시기 위해 갈았던 원두보다 오늘은 더더 많이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어 간다. 나보단 여기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 디카페인 원두를 간다. 물을 더 많이 끓여 커피를 천천히 내리기 시작한다. 커피는 달달해야 한다고 말씀해시는 둘째 이모부에게는 맥심을 타 커피를 드린다. 함께여서 고마운 마음이 있기에 커피를 탈 수 있어.


커피를 마시며 한 곳에선 이야기를 하며 웃고, 한 곳에선 윷놀이를 하고, 한 곳에선 다과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는 참 따뜻한 실을 닮은 거 같아. 멀리 떨어져 있어도, 때로는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해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면 금세 예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 서로를 단단히 엮어주는 실타래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와 먼저 이별한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전의 고소한 냄새는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고, 할아버지가 새해가 되면 꼭 해주시던 덕담의 목소리도 잊을 수 없고, 큰 이모부의 사랑이 담긴 장난도 이젠 더 이상 들을 수 없지만,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우리가 나누는 웃음소리와 함께하는 시간이야.


우리 많이는 못 보더라고, 길게 보자. 춥고 눈 오니깐 다들 조심히 들어가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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