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부작 Mar 04. 2024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그것, 이직할 회사의 기업문화

이직할 회사를 선택할 때 의외로 중요한 것!

 






오퍼 레터*를 받고 메모장을 열어본다. 

(오퍼레터 : 최종 합격 후 이직할 회사에서 보내는 연봉과 처우가 담긴 서류 or 메일)


이직이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럴 때는 객관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최고다. 내가 회사에서 일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을 우선순위화 해서 적어본다. 


1. 연봉 수준

2. 워라밸

3. 업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느냐

4. 기업 문화

...


역시 나는 지독히도 평범한 회사원인 건가.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설문 응답률과 매우 유사하다. 단, 4. 기업문화만 빼고. 






설계팀 B과장 :  "저희는 막연하게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떤 기술을 활용하면 될지, 그 기술이 적용은 가능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래서 아무래도 전문가이신 김 차장님에게 여쭤보고 싶어서 회의를 요청드렸습니다. "


나 : "약간의 전제 사항은 필요하고, 요구사항이 조금 더 구체화되어야 하지만, 말씀하신 그런 기능은 이미 다른 회사에서도 개발해서 활용하고 있긴 해요. 당장 완벽한 결과물을 목표로 만들기보다는, 그 기술이 우리에게 맞는지 검증해 보는 차원에서 MVP성으로 만들어서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해 보는 차원의 지원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우선은 저희 팀장님과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고 추후 진행 방향을 다시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설계팀 B과장 : "무턱대고 회의부터 잡아서 급히 문의드렸는데, 긍정적인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음번 회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 : "네. 다만 혹시나 지원을 못 드릴 수도 있으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마셔요~ 하하하.

       아, 혹시 신차장님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신 차장 : "... 어.. 음.. 글쎄요...;"


중간중간 이상한 침묵을 주는 영상회의 탓일까 어색한 마무리와 왠지 싸한 분위기. 급히 서둘러 영상회의를 종료한다. 옆자리 신차장님에게 방금 한 회의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돌아온 한마디는 나의 두 번째 직장 생활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듯 내 뒤통수로 날아와 꽂힌다. 



"음, 저는 기본적으로 현업이 해달라는 거를 왜 우리가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근데 뭐 김 차장님이 하고 싶다고 하면 하시는 거죠."






손 상무 : "이 팀장! 내일 부사장님 보고 준비는 잘 돼가지?"


카리스마 손상무 님이 우리 팀원들이 앉아 있는 복도를 지나 팀장님에게로 걸어간다. 그 순간 손상무가 지나간 길을 따라 팀원들이 파도 타듯 일어난다. 팀장님을 포함해 일어난 팀원들이 자연스레 뒷짐을 지거나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은다. 



박 대리 : "와, 김 차장님, 저 지난번에 상무님한테 보고할 때 김 차장님께 진짜 놀랐어요. 김 차장님은 어쩜 하고 싶으신 말을 차분하게 잘하세요. 그리고 상무님에게 다시 재 질문하는 모습도 진짜 멋졌어요. 보통은 그냥 하시는 말씀 이해 잘 못하더라도 받아 적기만 하지, 이해한 게 맞는지 다시 질문하시는 분들은 잘 못 봤거든요."


신 차장 : "아, 김 차장님,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저희 팀장님 꿀팁, 빠진 게 있는데요. 팀장님이 업무 지시하시면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시면 돼요. 내 생각과 내 아이디어를 더 넣으려고 하지 말고요."



아. 이거 진짜 괜찮은 걸까?






기업문화라고 하면, '보통은 보수적이다, 군대식 문화다, 비교적 수평적이다.'만 생각하기 쉽다. 나는 보수적인 회사가 맞다. 나름 수평적인 문화가 맞다. 개발자 문화가 좋다. 등등 단순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나 그 조직의 분위기만 일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연 정말 기업문화라고 하면 '보수적인지, 수평적인지' 그것이 전부일까? 보수적인지, 수평적인지는 같은 회사에서도 소위 '팀바팀, 부바부'로 다를 수 있다. 진리의 부바부. 우리 회사가 수평적이지만 우리 팀만 수직적이면 그 간극에서 오는 절망감은 배가 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태도도 중요한 기업문화라고 생각한다. 같은 어려운 난제를 두고, 어떤 조직은 무조건 방어를 치고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조직이 있는 반면, 어떤 조직은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는 조직이 있다. '해봤는데 의미 없다, 해봤는데 안되더라'라는 타성에 젖은 조직이 있고, 작게라도 시작해 보고 그 시도를 중요시하는 조직이 있다. 결과만 놓고 평가하는 조직이 있고, 그 과정과 시도를 중요시하는 조직이 있다. 내가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는 '수직적인가, 수평적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되게 할 것인가, 작게라도 해보자'가 대다수의 구성원에게 배어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기업문화였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 어떤 조직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그 퍼포먼스가 엄청나게 차이 난다고 한다. 그러므로 나의 업무 스타일은 어떤 기업문화에 적당한지, 나는 어떤 기업문화에서 더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은 무조건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퇴사를 하면서 나는 다시 다짐한다. 

다음번 이직은 나에게 맞는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인지 꼭 체크하기로.  

이전 03화 이직했는데 내가 원하는 업무를 맡게 될 확률 → 0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