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두 단어 중 반말이 안 되는 단어가 가짜.

by 비고란


어느 날 문득, 우리가 너무 쉽게 입에 올리는 말 하나가 궁금해졌다.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 같은 뜻일까? 그렇다면 왜 다른 말을 쓸까?

이 질문 하나가, 인간의 감정과 권력, 언어와 진정성의 미로 속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간다.


"고맙습니다"는 오래된 한국인의 말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말은 그 뒤를 따라 나온다.

누군가 내게 김을 싸주거나, 추운 날 목도리를 둘러줄 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


고맙다는 건, 일종의 감각이다. 몸에서 먼저 느끼고,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우러 나가는 말.

그 말은 너와 나 사이에 놓인 거리감을 지운다.



반면 "감사합니다"는 생각이 먼저고, 말은 그 틀에 맞춰 포장된다.

漢字에서 빌려온 말이다. 느끼고(感), 사례한다(謝).


그러니까 이건 예절이다. 격식이고, 역할 수행이며 보상에 대한 대가성 언어에 가깝다.


누군가 문서로 보고서를 내거나, 거래처 회의가 끝나면 나오는 인사인 감사라는 인사는 항상 정돈되어 있다. 그건 진심일 수도 있지만, 기능의 역할이 크다.


"고맙습니다"는 마음의 발화고,

"감사합니다"는 위치의 발화다.

전자는 인간 대 인간, 후자는 구조 안의 나다.


역사도 이 차이를 안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감사합니다”를 쓰며 예를 지켰다.

하지만 백성들은 “고마워요”라고 노래했다.

노인의 입에서, 아이의 입에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읊는 시조에서 고맙다는 말은 자주 등장했다.

그건 권위가 아니라 감정이 살아있는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스며든 정중함은, 단순한 예절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엔 역사와 감정의 통제 시스템이 숨겨져 있다.



일제강점기에서는 특히 이 두 말의 위상이 갈렸다.

‘감사합니다’는 단순한 한자어 이상이었다.

일본의 ‘와(和)’ 문화, 즉 겉으로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듯하지만, 속으로는 감정을 억제하고, 위계와 규범에 철저히 복속하는 집단주의가

조선 땅에도 은밀하게 스며들었다.


그들의 "감사"는 진심의 표현이 아니라 갈등 회피의 기술이었다.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기 위해, 속내는 감춘 채.

그리고 그들이 남기고 간 대표적 언어적 잔재가


바로 ‘아리가토(ありがとう)’,


즉 ‘있기 어려운 일에 감사한다’는 극존칭 감정 억제 매뉴얼이다.


이 ‘아리가토’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언어였다.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약자가 강자에게, 늘 몸을 낮춰 전하는 감정의 절도였다.

그 문화는 ‘감사합니다’라는 단어 안에 조용히 둥지를 틀었고,

결국 ‘고맙습니다’는 촌스럽고 감정적인 말이 되어버렸다.

반면, ‘감사합니다’는 세련되고 정중한 말로 각인되었다.


이건 단순한 말의 취향 차이가 아니다.

감정 자체를 억누르던 식민 언어 통치의 흔적이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진심을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로 길들여져 있다.


‘고맙다’는 촌스러운 말이 되고, ‘감사’는 공문서와 관공서에 붙어 정중함을 연기하는 말이 됐으며, 식민지층의 절대적인 복종이 고마움의 말과, 기분 나쁜 콜라보를 이뤄내어, 상명하복의 말기운이 더욱 커졌다.


해방 이후, 그 고마운 말은 돌아왔지만, 도시는 이미 ‘감사합니다’에 익숙해져 있었다.(출처:경기향토문화저널 편집자 출신인 저자. 에헴)


지금도 그 흐름은 이어진다.

뉴스 앵커는 ‘감사합니다’로 방송을 마치고, 유튜버는 ‘고맙습니다’로 팬에게 말을 건다.

백화점 직원은 ‘감사합니다 고객님’을 외치지만,

아이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넌 이웃에게는 ‘고마워요’가 더 자연스럽다.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식당, 올리*영 같은 데를 가면 "감사합니다. 고객님"이 많이 제창된다. "고맙습니다. 고객님"들어본 적 있는가?..


고맙습니다. 는 오히려 재래시장이나 나들가게 골목슈퍼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한국인의 정 고유의 따스한 정서이다. 고맙기 때문에 고마운 거지, 팔아줘서, 또 팔아주라고, 나 좀 잘 봐달라, 우리 가게 잘 봐달라의 감사합니다랑은 사뭇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차이를 본능적으로 안다.

누군가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마음이 풀리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예의를 느낀다.


여기서 묻고 싶다.

그대님들은 ‘고맙습니다’를 마지막으로 언제 썼는가?

입에 붙은 ‘감사합니다’가 혹시 그대님들의 진심을 가두고 있는 건 아닐까?

사회는 ‘감사합니다’를 요구하지만, 마음은 ‘고맙습니다’를 원할지도 모른다.


‘고맙다’는 체온이 있는 말이고, ‘감사한다’는 체계가 있는 말이다.

우리는 그 둘 사이에서 매일을 살아간다.

이 말 하나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언어라는 틀에 길들여져 있는지 들킨다.


고맙다,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유일하게 인간적인 회로를 남겨주는 말일지도 모른다.


"읽어주셔서 참 고맙다 독자님들 "

고맙다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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