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약기도

"신과 나눈 노가리"

by 비고란




나: 기도, 꼭 길어야 돼요?


신: 아니.?! 사랑도, 한숨도, 짧잖니.




나: 그럼 기도란 뭘 줄여야 해요?


신: 네가 붙잡고 있는 걸 줄여.. 말이든 원망이든 기억이든.




나: 그럼 신은… 다 듣고 있어요?


신: 때론 안 들으려고 애쓴다. 너에게서 배우는 중이거든.




나: 하나님, 바빠서 죄송해요.


신: 난 시간 없는 놈들한테

오히려 감동받아. 진심은 짧거든.



나: 그냥 "아, 제발요"만 말해도 돼요?


신: 어떤 애는 그냥 눈만 감았는데, 내가 먼저 대답했다.




나: 근데 기도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신: 세상이 안 바뀌면, 세상을 바라보는 너의 눈부터 바뀐다.




나: 근데 아무 변화도 없는데요?


신: 없다고 단정 짓는 건, 변화를 두려워하는 거지.




나: 신은, 다 듣고 계시죠?


신: 그럴 때도 있고, 그런 척할 때도 있고, 가끔은... 이어폰 꽂고 있어.



나: 그럼 침묵도 기도인가요?


신: 그렇지. 너 조용할 때, 내가 제일 귀 기울인다.




나: 신은 왜 항상 마지막에 나타나요?


신: 너도 맨날 마지막에 나 부르잖냐.




나: 응답은 언제 오죠?


신: 이미 갔지. 근데 네가 아직 열어보질 않았어. 카톡에 ¹ 이 안 없어져.




나: 그럼 기도에 응답이 올 때, 어떻게 알아요?


신: 퓔링이야. 오싹할 때 있지? 그거야.





내 분신인 너희들이여... 기도를 너무 길게 끌지 마.



기도는 끓는 커피보단,


눈앞에 쓱 내밀어진 따뜻한 물컵이면 돼.


그리고 네가 그걸 마시는 순간!


그게 응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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