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 민주주의의 새 아이돌 시스템
K-컬처의 현상을 보며 꼬들 꼬들 하게 끓인 스낵면을 파김치와 함께 후롸롹 먹던 중, 나만의 통찰이 발동 걸리기 시작했다. 스낵면은 나의 두뇌 스위치인가..
팬덤정치, 민주주의의 새 아이돌 시스템
정치판을 보면 요즘 딱 든 생각이 있다. “아, 이건 무슨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구나.”
국민투표는 국민참여경연, 기자회견은 언론시사회, 공약 발표는 팬미팅, 심지어 대선 토론은 '슈퍼스타K 정치인 ver.’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여기서 살아남는 힘이 정책이나 능력이 아니라, 팬덤의 결집력이라는 점이다.
팬덤 왜 정치로 왔니?
연예계 팬덤은 원래 “내 가수는 세계 최고”라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팬들은 돈과 시간을 바쳐 음반을 사고, 굿즈를 사고, 조회수를 올린다.
정치 팬덤도 똑같다. “내 정치인은 세계 최고”라는 전제 위에 굴러간다. 정책이나 언행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응원봉을 흔들 수 있느냐”이다.
연예계 팬덤은 적어도 노래나 무대를 남기지만, 정치 팬덤은 공약집 대신 짤방과 해시태그를 남긴다. 연예인은 음원차트로 평가받지만, 정치인은 실시간 검색어와 유튜브 조회수로 살아남는다.
민주주의의 아이돌화
원래 민주주의란, 다양한 목소리가 경쟁하는 구조였던 것 같은데, 팬덤정치는 이걸 “원픽” 시스템으로 바꿔버린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팬들은 단 하나의 후보만 뽑는다. 다른 후보는 존재조차 무시된다. 정치도 똑같다. 팬덤에게 민주주의는 “토론과 합의”가 아니라 “내 픽만 남기고 다 탈락시키기”다.
이쯤 되면 민주주의는 토론장이 아니라 콘서트장이 된다. 관객은 환호하거나 야유할 뿐이고, 냉정한 심사위원은 실종된다.
팬덤정치의 무기: ‘선악의 이분법’
팬덤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선악 프레임’이다. 우리 정치인을 응원하는 건 선, 나머지는 악.
정책은 몰라도 된다. 세부 공약은 아무도 안 읽는다. 대신, 상대를 욕하는 데 쓰이는 단어는 모두 달달 외운다.
이 선악 이분법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라 중독성이 강하다. 정치가 복잡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누가 더 악역인가”를 겨루는 드라마로 변질된다.
정치인은 가수보다 노래를 못한다
연예인 아이돌은 그래도 춤과 노래, 외모라는 실력을 갈고닦는다. 그런데 정치 아이돌은 정책 공부보다 유튜브 썸네일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팬덤은 이걸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오빠, 오늘도 기자에게 한방 먹였다”며 열광한다.
정치인은 정책 대신 퍼포먼스로 평가받는다. 국회 연설은 랩 배틀, SNS 글은 가사, 언론 인터뷰는 팬서비스. 능력이 아니라 밈 생성력이 경쟁력이다.
팬덤정치의 부작용: ‘맹목의 민주주의’
팬덤정치의 치명적 부작용은 비판의 실종이다. 팬덤은 자기 아이돌을 절대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부 비판자가 더 큰 적이 된다.
정치도 같다. 내부에서 “이건 잘못됐다”라고 말하는 순간, 배신자 낙인이 찍힌다. 합리적 비판은 배척되고, 무조건적 충성이 남는다.
이런 구조에선 정치인은 점점 더 과격해지고, 팬덤은 점점 더 맹목적으로 따라간다. 결국 민주주의는 합리적 다수의 토론장이 아니라, 맹목적 소수의 함성장으로 축소된다.
그래도 팬덤정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
비판만 하고 끝내면 재미없다. 팬덤정치의 힘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팬덤은 정치의 문턱을 낮춘다. 예전 같으면 정치에 관심 없던 20대, 30대도 유튜브 클립과 짤방을 보며 정치에 끌려 들어온다.
이건 민주주의의 아이러니한 진화다. “토론을 사라지게 하지만, 동시에 참여를 늘린다.”
결국 팬덤정치는 민주주의의 병리이자, 동시에 활력소다. 문제는, 이 에너지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다.
그럼 내 생각을 말해볼까나
(사실상 이 글 모두가 내 생각들의 집합소지만)
비고란식 결론을 살짝 내놓자면..
팬덤정치는 민주주의를 오염시키는 독약이자, 동시에 깨우는 알람이다.
독약만 먹으면 죽지만, 알람은 잠을 깨운다. 둘의 차이는 사용법이다.
민주주의가 팬덤정치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팬덤의 에너지를 제도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응원봉 흔드는 에너지를 토론장으로 옮기고, 해시태그 전쟁을 정책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 아직은 팬덤 콘서트가 아닐까?
정치인들은 무대 위 아이돌이고, 국민은 떼창 하는 팬덤이다.
하지만 언젠가 민주주의가 다시 성숙한다면, 우리는 이 공연장을 토론장으로 바꿔야 한다.
그날까지는… 정치 뉴스 볼 때마다 속으로 외치자.
“Pick Me! Pick Me! Pick Me Up!”
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