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

김소해

by 도서관 옆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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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야야. 반갑다. 짜식들, 이게 얼마만이야? 와! 김종오! 너 이 망할놈아. 너랑 마지막으로 연락한게 언제냐? 그래, 시험은 붙었냐? 뭐? 붙었으니까 왔다고? 와! 축하한다! 너 그러면 이제 다음에 볼 때는 가운 입고 보는거냐? 축하한다 진짜. 내가 네 덕 보려면 많이 좀 아파야 되는데 난 왜 이렇게 건강하냐? 술 먹자고? 재황아. 종오 벌써부터 영업하는 것봐. 우리들 술 먹이고 몸 상하게 하려고. 아무튼 다들 짠 한번 하자. 졸업하고 다들 얼굴 보기 힘들었는데 소혜 덕분에 그래도 이렇게 본다. 자! 이 자리에는 없지만, 사실상 오늘의 주인공인 소혜를 위해서 건배!

카. 그나저나 소혜가 결혼이라니. 말도 안된다. 솔직히 우리 결혼하기 이른 나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여자여도 이르지. 니네 주변에 미혼이 많아? 기혼이 많아?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결혼했으면 부럽지. 아니, 생각해봐. 결혼이 장난이냐? 어느정도 둘이 합쳐 둥지 틀 여유 있으니까 하는 거 아니야. 결혼이 낭만으로 해결하는 것도 아니고. 나? 난 임마 지금 적금 붓기도 힘들다. 안 그래도 우리 예은이 주변에 결혼하는 커플 볼 때마다 한숨쉰다. 은근히 나 보라고 압박이야. 모른척해야지. 지금 내가 결혼하면 둘 인생 다 망치는 거야. 그래, 이런 이야기 그만하고 술 돌려. 다들 채웠어? 짠이나 해봐.

이제 나이 드니까 소주가 달게 느껴지네. 그런데 재훈이 쟨 표정이 왜 저러냐? 너 설마? 아니지? 뭐가? 왜 다들 그래. 다들 똑같은 생각하잖아. 하지 말자고? 야! 그게 더 웃겨. 뭘 하지마. 재훈이가 소혜 좋아했던 건 초등학교 때잖아! 그게 몇 년 전이야? 한 20년? 거의 20년 다 되가는 일인데 뭘 하지마. 그때 생각하니까 웃기네. 니네 재훈이가 그, 학교 앞에 교회 있었잖아. 우리 다같이 집에 가는데 그 교회 근처에서 소혜한테 고백한다고 난리 피웠던 거 다 기억하지? 진짜 그거 우리가 십년짜리 흑역사라고 했었는데. 이제보니까 이십년은 가네, 징하다 진짜.

뭐? 메일? 맞다! 맞어! 역시 가운 입을 애는 뭔가 다르네. 기억력이 좋아. 맞아. 그 때, 우리가 핸드폰이 있었어, 뭐가 있었어. 요즘 애들이 소리바다나 벅스뮤직을 알아? 벅스뮤직 들어가면 음악 메일 보내는 기능 있었다고! 그때 음악메일 보냈으면 지극정성을 다해서 보낸 메일이란 뜻이었잖아! 진짜 미치겠다. 별게 다 생각나네. 재훈이가 소혜한테 음악 메일 보낸다고 어떤 노래가 좋냐고 물어도 봤었는데. 그때가 막 장나라, 보아 이런 애들 데뷔하던 때잖아. 세상에. 장나라라니. 그때 장나라 이수영 투 톱 아니였냐? 아니야? 그래, 아니면 아닌 거지. 뭔 또 그렇게 소리를 지르냐. 넌 좀 술 좀 그만 마셔라. 아니, 아무튼 재훈이 넌 아직도 소혜가 특별하냐? 둘이 사귄 것도 아니야. 그냥 메일 주고 받고 그런 사이 아니였어? 옛날 식으로 표현하면 개울가에서 같이 놀지도 못하면서 괜히 물수제비나 던져서 관심 끌던 동네 아이 'A'정도 되던 거잖아. 푸하하. 그만하라고? 알겠다. 이러다 재훈이 울겠다. 이런 이야기도 우리가 다 모여야 하지. 하니까 즐겁다. 좀 이렇게 다같이 모이는 시간 종종 갖자!



2.

강처럼 흐르는 세월을, 물 위를 뛰어가는 깨금발 조약돌처럼 보내왔다. 띄엄, 띄엄 무심코 시간을 건너뛰었지만, 조약돌 물 위를 때리는 그 순간엔 파문이 일었다. 여지껏 요동치는 표면을 모른 척 해왔는데, 너의 결혼은 결국 조약돌을 강가에 떨구었다. 잔인하게도 물수제비의 마지막 파문은 없는 듯 조용했다. 조용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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