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응
우연히 길가에 마주친 너는 그 예전 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인 양 고개 돌리며 나이를 먹는 동안
원망의 긴 그림자를 아직도 지우지 못함을 자책했다.
그리움을 그렇게 길가에 세워두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히 마주친 네 얼굴이, 기억 속에서 너의 시간을 헤집어 꺼냈다.
너는 글이 단정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불필요함이 느껴지지 않는 글쓰기.
남들의 눈길을 끌지 않는 너의 글을 부러워한 적 없었다.
하지만 내심 감탄했다. 너의 글은 너와 닮았기에.
언제나 당당하던 너처럼 꾸밈없고 솔직했다.
누구보다 넓은 세상을 품고 사는 사람.
너는 나에게 항상 내가 가지 못한 길을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너의 뒷모습만을 지켜봤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8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매력적인 글을 쓰는 너였다.
기억 속 너는 순진한 척 22살에 고정되어 있는데.
나이를 먹지 않는 너의 그림자가
천둥 아래 선 나를 가린다.
그리움을 그렇게 길가에 세워두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히 마주친 네 얼굴이,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