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신과 만난 사람들

영화 <맨 프롬 어스> 와 책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by 도서관 옆자리

책과 영화의 상상력은 대단합니다. 동물이 말을 하기도, 남녀가 역전이 되기도, 물리법칙이 지구와 다른 세상이 나오기도 하죠. 상상력은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줍니다. 감독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놀랍기도, 작가는 이 이야기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치밀하게 구상을 했을까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 상상의 대담함이 발칙하게 느껴질 정도의 책과 영화도 보곤 합니다. 오늘 소개할 책과 영화는 신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맨 프롬 어스>와 책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를 소개합니다.


9.jpg
3.jpg
맨 프롬 어스 / 네이버 영화


먼저 영화입니다. 2007년도 영화로 제목인 'Man from Earth' 는 직역하면 '지구에서 온 사람' 정도 되겠네요.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가 지구에선 온 사람 아닌가요? 독특한 것 같으면서도 또 평범한 제목입니다. 이 제목이 어떤 이야기의 제목으로 붙었는지 알아봅시다.


산골에 있는 한 오두막 집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10년 동안 역사학 교수로 일한 올드먼 교수의 퇴직을 축하하는 자리로 동료 교수들이 모였습니다. 놀랍게도 앞으로 영화는 1시간 30분 동안 이들의 오두막 대화만 보여줍니다. 독특하죠? 영화라고 하면 한 인물의 60년 일대기를 1~2시간에 압축하기도 하고, 장면을 바꿔가며 세계 일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정된 공간, 인물들의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니! 마치 연극 같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연극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7.jpg
6.jpg
정말 앉아서 대화만 한다 / 네이버 영화


대화만으로 영화가 만들어질까 싶은데 사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유명한 영화가 있죠. 2018년 겨울에 리메이크 개봉한 ‘완벽한 타인’도 저녁식사 동안 펼쳐지는 친구들의 대화만으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고, 제목도 특이한 ‘대학살의 신’ 또한 두 가정의 말싸움 만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소재가 자극적이란 점입니다. 한정된 공간과 소수 인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잖아요. 이용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력한 한방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완벽한 타인에서는 비밀이, 대학살의 신에선 싸움이 그 한방이었는데요. '맨 프롬 어스'는 과연 무엇으로 우리들의 흥미를 끌까요? 조금 걱정되시나요? 하필 퇴직 교수를 축하하는 자리라니,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대학 교수님들이잖아요. 학창 시절 우리를 졸리게 만든 사람들의 집합입니다. 어떤 소재가 나와도 쉽게 우리의 흥미를 끌 수 없을 듯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끈 영화입니다.


비밀의 실마리는 올드먼 교수의 동안 외모 칭찬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가 시작하고 오두막집에 모인 교수들은 올드먼 교수를 보면서 10년 동안 전혀 늙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는 것인지도 묻습니다. 올드먼 교수는 처음에는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둘러댑니다. 그러나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일까 그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엽니다. 그가 무려 1만 4천 년을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이죠.


1.jpg 사실 난 늙지 않는다네 / 네이버 영화


네??? 뭐라고요? 그저 1,2살 동안이라고 말했던 건데 무려 1만 4천 년 동안이었다고요?!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올드먼 교수는 자신이 늙지 않는 사람으로 석기시대부터 지구에서 살아왔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떤가요? 이제 영화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나요? 퇴직교수의 축하자리가 1만 4천 년 동안 살아온 남자의 인생 회고록이 되자 관심이 높아집니다.


물론 이 말을 교수들이 쉽게 믿을 리 없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반문합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신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입니다. 덕분에 다양한 학문에서 의문을 물어봅니다. 언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 오랜 시간 살아왔는지 등을 말이죠. 불사자냐고도 물어보는데 자신이 죽지 않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목이 잘리거나 하는 물리적인 죽음은 경험해 본 적이 없으며 병에 걸리면 아프고 다치면 상처가 생기지만,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 흔적 없이 아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올드먼이 불사자인지는 모르지만 불로자임에는 틀림없네요.


2.jpg
5.jpg
다양한 학문의 교수들이 올드먼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올드먼은 인류가 동굴에서 지냈을 때부터 살아왔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늙지 않는다는 점은 무리에서 경외심을 얻기도 했지만, 때로는 두려움의 존재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불로자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주기적으로 무리를 떠나 지냈다고 합니다. 언제 어떻게 배척을 받을지 모르니까요. 이것은 올드먼이 갑자기 퇴직을 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곳에서 10년 이상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 이상 늙지 않는 모습을 주변에 보이면 남들의 이목을 끌 것이고, 어쩌면 정부에 잡혀가 온갖 실험을 당할지도 모르죠. 그의 걱정을 듣다 보면 재미있습니다. 올드먼은 늙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일반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불멸의 존재지만 숨어 사는 신세입니다. 그는 과거에는 무리와 무리를 떠돌며 지냈습니다. 이전 무리를 다시 만났을 때 스스로 본인의 자식 행세를 했다고도 하네요. 문명이 발달하자 신원을 증명하기가 까다로워지며 불법 체류자로 잡히기도 했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불로자라고 하면 엄청난 힘이 있을 것 같고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군림할 것도 같은데 올드먼의 삶은 그런 기대와 어긋납니다. 자신의 비밀을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그의 모습은 불쌍하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4.jpg 뭔데?! 왜 더 말 안 하는 건데?!?! / 네이버 영화


여기까지, 오늘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하고자 합니다. 사실 여기서 한 단계 더 말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올드먼의 가장 큰 비밀을 말해버리게 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다 그 비밀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대신에 힌트를 두 가지 드릴게요. 이번 편 제목이 신과 만난 사람들이잖아요? 올드먼은 우리가 '신'으로 모시는 존재와 접점이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이 영화는 기독교인들이 보았을 때 불편할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혹시라도 다빈치코드와 같은 내용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는 영화입니다. 과연 영화가 무슨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그럴까요? 궁금하시다면 그렇다면 영화에서 확인해보세요!


그러면 이제 책을 만나볼까요? 이번에는 독일작가 한스 라트의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입니다.


1.jpg 책 표지 / 알라딘 제공


제목이 독특해서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입니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니, 도대체 신이 무슨 얘기를 하자고 말했을까요? 궁금증에 책장을 열어보니 전처가 방문을 두드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네요. 제목처럼 시작도 독특합니다.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주인공인 야콥 야코비는 심리상담가인데 월세가 밀려있는 걸 보니 잘 나가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그와 비교해 전처인 엘렌은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은 백만장자네요.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 중인데 전처를 쫓아온 복서 출신의 남자가 우리의 주인공을 주먹 한 방으로 병원으로 보내버립니다.

야콥은 병원에서 눈을 뜹니다. 전처 때문에 갑자기 병원 신세라니 슬프네요. 그곳에서 야콥은 아벨 바우만이란 남자를 만납니다. 야콥과 광대 분장을 한 아벨은 유머감각이 통하는지 대화가 제법 이뤄지는데요. 야콥의 직업이 심리상담가인 걸 알게 된 아벨은 야콥에게 자신의 고민을 상담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런데 고민을 터놓기 전에 한 가지를 알아둬야 한다고 하네요. 그것이 무엇이냐고요? 바로 자신이 '신'이라는 점입니다.


1.png 네??? 신이요?? / pixabay


네, 아까는 1만 4천 년을 살았다고 말하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이보다 더 믿기 힘든 말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로 아벨이 그 생각을 깨주네요. 신이라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정신 나간 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걸 보니 미친 사람이 분명하다고 아벨을 무시를 했을 겁니다. 그러나 야콥은 심리상담가입니다. 어떠한 이야기라도 일단 해보라고 권합니다.


저는 이 설정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상담가를 찾는 의기소침해진 신이라는 소재를 보세요. 이미 소재만 있어도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잖아요. 거기다 심리상담가라니. 자신을 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이렇게 쿵짝이 맞을 수 있는 직업이 또 있나요? 만약 야콥이 경찰관이나, 요리사, 디자이너라고 생각해봐요. 아벨과 붙어 다닐 이유를 만들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야콥을 심리상담가로 설정해 버리면서 작가는 신 바로 옆에 있던 무신론자가 어떻게 신이 없는 유신론자가 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야콥의 심리 변화를 보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이야기 초반, 신이라는 증거를 보여달라는 야콥의 말에 아벨은 그의 마음을 읽거나 결혼식 중에 신랑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지리란 것도 맞춥니다. 그러나 야콥은 독심술과 예언 등 사기를 치는 수법이 제법 세련되었지만 현대의 마술사들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야콥이 믿던 믿지 않던 아벨은 자신이 천지창조를 한 신이며 인간들의 육체에 빙의를 하여 이 삶 저 삶 떠돌아다녔다고 말합니다. 가정부로, 목수로, 행해사 등등으로 말이죠. 게다가 예지와 독심술 등의 능력을 보이며 자신이 온갖 사고를 막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건물 건축현장에 끼어들여 살짝 건축을 바꾼다거나, 비행기에 몰래 들어가 항로를 슬쩍 바꾼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나 야콥이 보기에는 그저 건축사와 기장의 옷을 가지고 다니며 타직업을 사칭하며 위험한 행동을 하는 미친 사람입니다.


woman-571715_640.jpg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신! / 픽사베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요. 신입니다. 신! 전지전능한 신! 그런데 신이 왜 상담가를 찾을까요. 아벨의 말에 따르면 신인 자신이 이 '아벨 바우만'이란 육체에 들어온 뒤로 다른 몸으로 나가는 것이 되지 않으며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아주 큰일이네요. 그러나 누가 이 말을 믿겠습니까. 야콥은 콧방귀를 뀝니다. 그렇지만 야콥은 아벨과의 만남을 쉽게 끊어버릴 수 없습니다. 야콥은 백만장자인 전처의 건물에 세를 들어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장사가 안 돼서 월세도 밀린 데다 전처가 방도 빼라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아벨은 돈을 지불하는 손님이거든요. 상황은 둘을 계속 붙어 다닐 이유를 만들어주니 우리의 두 콤비가 결성이 됩니다.


콤비는 결성이 되었고요, 이야기는 신과의 심리상담이네요. 정말이지 독특한 상황들이 많이 연출됩니다. 한 장면만 볼까요? 둘은 아벨의 가족을 보러 갑니다. 가족관계 살피기는 심리 상담의 기본이죠. 그런데 신의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충격적이게도 신이 아벨 바우만의 몸에 들어왔을 때 아벨은 불륜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 이름은 마리아고, 그 여자의 남편은 목수인 요셉이라고 하네요. 거기다 마리아 사이에서 낳은 아들은 기독교를 절실하게 믿는데 이름이 크리스티안이라고 합니다. 야콥은 이 무슨 농담과도 같은 상황인가 싶은데 아벨은 진지합니다. 이 진지함 덕분에 독자들은 웃다가도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작가인 한스 라트가 그리는 신은 꽤 많은 능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인간적입니다. 인간들에게 아무것도 금지한 것이 없으며 생활에 편의를 주기 위해서 화살, 활, 의복, 바퀴도 선사해줬고 발자크가 인간 희곡을 쓸 때는 가정부의 몸에 들어가 커피를 끓여주는 식으로 예술을 도왔다고 합니다. 인류에게 벌어지는 큰 사고는 막으려고 하지만 독재자와 같은 악인을 처단하지 않는 건 영혼이 스스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심지어는 선과 악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합니다. 신이 선과 악을 가르지 않고, 인간에게 되묻다니. 놀랍지 않나요?


앞서 소개한 <맨 프롬 어스>와 <그리고 신은 얘기나 하자고 말했다>는 모두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종교와 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우리 인류에게 신이 무슨 의미인지, 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혹은 해야 하는지 생각하다 어떤 역할을 우리가 바라는지도 물어봤고, 신과 종교에 대해서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것 자체에도 또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떨까요?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흥미로운 질문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한 영화와 책은 다 속편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편은 추천하지 않는데요. 책은 일단 읽어보시고 괜찮았다면 속편도 추천드립니다. 여태까지! 신과 만난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와 책이었습니다.


2.jpg
3.jpg
악마와 만난 2편, 최근에 나온 3편 / 알라딘


이전 06화5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두 작품